트럼프, 김정은과 진짜 대화할까…아니면 압박 강화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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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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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녀석" 칭찬 이어 "영광스럽게 만나겠다" 직접대화 열어둬
대화 조건인 '北 비핵화 의지 표명' 가능성 작아…압박 명분 쌓기일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돌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상황이 적절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조건부 대화이긴 하지만 그가 취임 후 직접 대화 용의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향후 대북 정책의 무게중심을 대화 쪽으로 옮기려는 신호탄일 가능성도, 이와 반대로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와 함께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그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것은, 다시 말해, 적절한 환경 아래에 놓여있다면, 내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27일 미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양자 대화 관련 질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직접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미 외교사령탑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미 정부가 북핵을 얼마나 심각하고 긴급한 문제로 인식하는지, 아울러 해결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의 새 대북 원칙인 '제재와 협상' 가운데 미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경제·외교·무력 압박뿐 아니라, 대화의 문도 열려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미 외교·안보 장관들의 합동성명에서 "북한과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한 후, 트럼프 정부 내에서 선제타격 같은 무력 대응 목소리보다는 대화 목소리가 다소 커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식으로 워낙 돌출발언을 해온 점에서 그의 발언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쉽게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가 김정은과 만나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다"라는 다소 엉뚱한 표현을 썼다는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능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점은 대화 현실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일 수 있다.

그는 전날 방송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두고 "삼촌이든 누구든 많은 사람이 그의 권력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며 "분명히 그는 꽤 영리한 녀석(pretty smart cookie)"이라고 말했다.

또 "아버지가 죽고 정권을 물려받을 때 26세 또는 27세의 젊은이였고, 특히 장군들을 비롯해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다뤄야 했다"면서 "(그런데도) 매우 어린 나이에 그는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자리에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설령 김정은을 '협상 파트너'로 염두에 뒀다 하더라도 두 사람이 테이블에 마주앉는 데는 '비핵화' 벽이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단서 '적절한 상황'은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대화에는) 많은 조건이 있다.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뭔가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또 그들이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즉각 중단되는 것을 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추진 항공모함 한반도 재배치 등 미국의 무력 압박 속에서 비록 '핵 버튼'을 누르진 않았지만, 탄도미사일 도발을 잇달아 감행하며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틸러슨 장관도 "북한은 '올바른 의제'에 대해 우리와 논의할 준비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올바른 의제란 단순히 (핵 개발을) 몇 달이나, 몇 년 동안 멈췄다가 재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하려면 '핵 동결'이 아니라 '핵 포기'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에게 '칭찬'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하루 만에 대화론까지 끄집어낸 것은 역으로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즉, 미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갈수록 고조되는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강력한 제재뿐 아니라 군사 옵션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는 것이다.

k0279@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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