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께 대기업 '구조조정 살생부' 드러나…부실 중소기업도 증가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신용위험평가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온정적 평가를 지양하라"고 채권은행들에 강조하고 있어 올해 평가는 여느 때보다 깐깐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이나 P플랜(Pre-packaged Plan),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 시작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오는 7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용위험평가는 부실기업 솎아내기의 첫 단추로, 채권은행이 기업신용위험도를 A∼D등급의 4단계로 분류한 뒤 하위 등급 기업의 퇴출을 유도하게 된다.
C∼D등급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즉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은 여신 회수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매년 상반기에,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 평가는 하반기에 이뤄진다.
작년에는 한진해운·현대상선·STX중공업 등 대기업 32곳이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려는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신용위험평가를 철저히 챙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실채권 증가가 부담스럽거나 기업과의 장기 거래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채권은행이 온정적인 신용위험 평가를 하는 바람에 진작 퇴출됐어야 할 기업이 정상기업으로 연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신용위험평가 체계를 자체 점검하고 미비점을 개선해 온정적 평가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은행의 작년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니 일부 은행들이 평가를 관대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평가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고 은행들에 통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태스크포스(TF)를 돌려 신용위험 평가모형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렇게 정해진 새 기준은 내년 평가 때부터 적용된다.
올해 신용위험평가에서 신용공여액이 50억원 이상인 해운기업 100곳 이상을 전수 조사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 등으로 해운업 부실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공여액이 기준치를 넘는 기업을 추려낸 뒤 영업활동 현금흐름, 이자보상배율 등을 고려해 세부 평가 대상을 선정한다. 해운기업에 대해서는 현금흐름 등 상황이 좋아도 세부 신용위험평가를 하기로 했다.
해운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360%로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 조선업이 313.5%이며 전 업종 평균은 75.9%다.
금감원은 올해 신용위험평가 때는 대기업보다 부실기업 명단에 오르는 중소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재무 상황을 보면 업종별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예년보다 C∼D등급 중소기업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작년 신용위험평가 때는 구조조정 대상(C∼D등급)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이 176곳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쳤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았다.
chopark@yna.co.kr
(끝)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