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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휴가 반갑지 않은 취준생… "집에 가봐야 뻔한 얘기에 불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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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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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20대 후반의 황혜신씨(서대문구·26)는 길게는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휴가 그리 반갑지 않다. 명절도 그렇고 어느 때부터인가 공휴일이 길어질 때면 미리 가슴이 답답하다. ​'너 뭐 먹고 살래' 같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취업 잔소리'가 이제는 듣기 괴로울 정도다.

취업준비생에게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가족의 기대라는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청년실업률 10%, 취준생 1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누구나 즐거워야 할 연휴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보내야 할 이들도 적지 않다. 당장 청춘들에게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란 말이 일반화되면서 가정이나 가족보다는 독서실, 고시원이 피난처가 된 셈이다.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황씨는 3년째 무직이다. 그야말로 요즘 말하는 취준생이다. 지인들이 "뭐하고 지내"라고 하는 물음에 '일자리 찾는 중'이라는 번번이 같은 내용으로 답한다. 심지어 정해진 시각에 '뻐꾹, 뻐꾹'거리는 시계처럼 반복적으로 대답하는 것도 지겹다.

황씨는 "쉬고 싶기도 하고, 친척들을 만나 그동안 못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또 영화나 예능을 즐기고픈 작은 바람이 있지만 이 역시 사치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경쟁자들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책상에 앉아 교재를 넘겨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친척집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하루 일과는 오전 8시에 일어나 무심코 동네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일상이다. 그렇게 서너 시간 공부하고서 아무 의미도 없이 끼니를 때운 뒤 다시 책에 파묻힌다. 어느덧 해가 질 때면 가방을 메고 휴식처로 돌아와 그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게 반복된다.

공기업에 지원서를 수차례 낸 임지훈씨(26)는 노량진 공시족이다.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이 취업이란 그야말로 큰 고비를 넘기고서 연휴를 만끽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울적함만 더욱 깊어진다. 

임씨는 "사실상 날마다 휴일이라 연휴라고 해서 특별한 느낌은 없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눈치가 크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눌 때 솔직히 편치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도서관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 이상(62%)이 연휴로 대표되는 '명절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으로는 '가족과 친척의 잔소리'(49%), '가족과의 만남 자체가 부담'(39%) 등이 꼽혔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정지훈씨(28)는 해마다 가정의 달인 5월이면 마음이 쓰리다고 한다. 공부할 때 덩달아 들뜬 느낌도 조금 들지만 본인 처지를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정씨는 "눈치를 주기보단 한마디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감싸주면 더욱 힘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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