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대국 사이의 외교에서 필리핀에는 '합격점'을, 한국에는 '낙제점'을 줬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장 변화와 사드 장비 철수 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일 '필리핀과 한국이 아시아 국가에 가르침을 주다'라는 제하의 논평을 게재해 "최근 중국과 한발 가까워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필리핀이 중국, 미국과의 외교에서 상호이익을 모색하는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와 달리 최근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국은 미국에 외교적 이익을 의존하며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창춘(長春)함과 프리깃함인 징저우함, 보급함 등 중국 해군 함대 3척이 지난달 30일 7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했다. 1일에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창춘함 기념 해군 군모를 쓰고 중국 군함에 올랐고 "아주 인상적인 순간"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사건이라고 환구시보는 평가했다.
전날인 29일에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면서 "미국이 책임있는 국가로 보다 신중하고 인내심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일침하기도 했다.
신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동시에 미국과도 다시 협력의 물꼬를 틔우려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바빠서 확약이 어렵다"며 밀당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는 "필리핀이 오랜기간 미국과 중국의 날선 대립 사이에 있었고 이제 두테르테 대통령이 새로운 외교의 길을 찾아냈다"며 "1년 전만 해도 미국에 의지했던 필리핀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성공적인 외교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에 반대되는 '잘못된' 사례로는 최근 한국의 외교전략을 꼽았다. 환구시보는 "2년 전 한·중관계가 활기를 띄고 발전했지만 지난해 갑자기 한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가 완전히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로 인해 중국과 교류가 줄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었고 동시에 미국이 사드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의 한류가 힘을 잃었고 한국 자동차, 스마트폰, 화장품 등의 중국 내 판매량은 물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도 급감했지만 이를 통해 얻으려던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보장도 결국 '실속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한국이 이러한 전략을 지속한다면 계속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도 강조했다.
역내 국가가 중국과 마찰이 있다고 바로 역외 대국에 의지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바둑알'로 전락하는 상황을 중국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국가는 반드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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