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조선업계, 전시성 안전표준화 보다 철저한 현장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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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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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해 6월 조선 빅3 생산부문 총괄 책임자를 비롯해 쉘, 엑손모빌, 토탈, 셰브런 등 세계적인 선박‧해양 플랜트 관계자들이 부산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의 첫 번째 결과물인 표준 비계(Scaffolding) 설치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비계는 사람이 올라가거나 건설장비나 자재 등을 올려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임시 시설물로, 그간 조선소에서 사용한 비계 표준은 아파트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선박건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전 표준화 마련을 위해 평소 경쟁관계였던 국내 조선사, 글로벌 선주사들이 모인 뜻깊은 자리였지만, 결국 지난 1일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이번 사고는 아무리 훌륭한 안전 표준화, 절차를 마련해도 현장에서 철저한 관리가 없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사고 당시 골리앗 크레인은 운전기사 2명과 지상 신호수 6명이, 타워 크레인은 기사 1명과 신호수 3명이 조종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 조선소 안전 표준화’에 앞장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일해온 근로자들이었다. 지난 6월 행사에는 김효섭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부사장)이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움직이면서 사각지대가 있다. 워낙 덩치가 큰 게 움직이다 보니까 사각지대가 있는데 못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현장근로자의 인재(人災)로만 돌리기에는 찜찜함이 남는다. 삼성중공업 측이 사각지대를 몰랐다면 역량부족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안전 불감증에 젖어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또 타워크레인 작업 반경 안에 있어서는 안 될 화장실과 휴식 공간을 둔 데다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지난 2013년 울산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물탱크가 터지면서 넘어져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후진적인 환경안전사고는 근절해야 한다”며 격노한 사실을 그 사이 잊은 꼴이다.

조선업계의 안전사고는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년 조선업 종사자 수십명이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박대영 사장 명의의 사과문에서 “조선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주신 정말 소중한 역군들”이라는 표현으로 위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산업현장의 소중한 역군들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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