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곧 게임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연휴는 저희에게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유례없는 5월 황금연휴가 찾아왔지만 게임업계 근로자들의 근심은 깊어진다. 최장 11일에 달하는 연휴에도 불구하고, 시간적·물리적인 제약에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대형 게임사들은 직원에게 휴가를 독려하거나 자율에 맡기는 반면, 중소 개발사들은 전 사적인 차원에서 휴가를 반납하고 일터로 나가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휴가와 연휴는 그저 '딴 세상 이야기'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게임사(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NHN엔터 등)들은 5월 황금연휴 기간에 공식적으로 지정된 법정휴무일은 모두 쉰다는 방침이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경우 평일인 2일 혹은 4일에 전사적으로 직원들에게 휴가를 낼 것을 주문한 상태다.
다만, 24시간 근무가 요구되는 운영 부서의 경우에는 법정휴무일과 상관없이 당직과 순환근무가 이어질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들 근로자들에 한해서 대체 휴무를 주기로 했으며, NHN엔터는 연휴 기간에는 교통비 등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형 게임사들이 이처럼 휴가를 권장하고, 직원들 재량에 맡기는 분위기는 형성된 지 얼마 안 됐다. 최근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위메이드아이오에서 '크런치 모드' 계획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기 때문이다.
크런치 모드란 회사가 정한 마감 기일에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포함한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게임업계의 은어다. 쉽게 말해서 이 기간 동안 근로자들은 매일 야근을 하고, 법정공휴일은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된다.
그나마 대형 게임사들은 이 같은 비상식적인 업무 문화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선언했지만, 중소 개발사와 하청업체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 강요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대형 게임사의 신규 게임 개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야근과 밤샘이 기본인 '고강도 근무체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게임업계 중소 개발자들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05시간으로, 일반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87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의 임금 수준도 대형 게임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수당을 지급받는 곳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올해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하도급업체에 일감을 주는 '갑질'을 일삼다 경쟁당국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해 11월 개발 자회사 넷마블네오 소속 직원이 돌연사하는 등 3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중소 개발사들에게 '성과없는 열정페이'만 강요한 나머지 죽음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게임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게임 개발기간과 업데이트 주기가 단축돼 업무강도가 극심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정부의 장시간 노동 규제에 대한 면밀한 조사는 물론, 양극화에 치우친 게임업계 전반에 대한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은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 1세대에서나 통용되는 구시대의 전유물에 불과하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게임 종사자들의 안정된 환경을 조성하고, 영세 개발자들을 위한 진흥정책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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