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정적들에 대한 사살을 허용한 이집트 대통령에게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마약 단속을 통해 초법적 살인을 저지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며 백악관에 초청했고, 대통령 중심제를 밀어붙여 개헌을 가결시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는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대북 압박에 협조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을 존경한다면서 각종 무역제재도 부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대선 운동 기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강한 브로맨스를 뽐낸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즈(LAT)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들은 전직 대통령과 차별화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별난 행보’는 강한 리더십에 대한 친근함을 부각시키고 협상의 기술을 이용하여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로부터 폭군이라고 비난받던 이들과 관계를 다시 맺고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보수매체 뉴스맥스의 크리스포터 루디 CEO는 “내가 볼 때 트럼프는 다리를 놓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만약 악질이라고 비난받는 사람에게 칭찬을 해서 문을 열 수 있다면 트럼프는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이집트계 미국인 인권운동가인 아야 히자지의 석방을 이뤄낸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공 사례로 치켜세웠다. 우방과 적국을 구분하지 않고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트럼프식 외교 정책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비평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언행이 미국의 오랜 전략적 파트너십을 훼손하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의 수호자라는 미국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독재자들로하여금 국내에서 정적 탄압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앞선 대통령들도 적국과의 대화통로를 열기 위해 정통적 외교노선에서 탈피한 적이 있었다.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공화당의 반공산주의에도 불구하고 1972년 중국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할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이후 비난이 일자 “어떤 나라와 대화하지 않는 것이 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유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하여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1961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의 공산주의 정부와의 외교 관계도 회복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오랜 시간 고민하여 체계적으로 나아간 선례와 다르게 지나치게 성급하고 즉흥적이며 일관성성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대로부터 오해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
MIT의 짐 왈쉬 안보 정책 전문가는 "북한과의 오픈 채널은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처럼 군사적 위협과 김정은에 대한 칭찬을 한꺼번에 뱉을 경우 북한이 오히려 잘못 해석할 수 있다"며 "잘못된 해석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존 맥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나는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의 말이 미국의 신뢰도나 상대 독재자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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