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재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 받으면서 내년 대선 출마가 한층 어렵게 됐다.
러시아 중부 키로프주(州) 주법원은 3일(현지시간) 나발니의 횡령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키로프시(市) 구역법원의 지난 2월 판결을 합법이라고 인정했다.
주법원은 판결에서 "지난 2월 8일 키로프시 레닌스키 구역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 재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레닌스키 구역 법원은 나발니의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고 5년 징역형에 5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나발니가 지난 2009년 키로프주(州) 주정부 고문으로 일하면서 주정부 산하 산림 채벌 및 목재 가공 기업 '키로프레스' 소유의 목재 제품 1만 큐빅미터(㎥), 1천600만 루블(당시 환율로 약 5억6천만원) 어치를 빼돌려 유용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나발니가 재항소심에서 또다시 패소함에 따라 그의 내년 대선 출마가 한층 어렵게 됐다.
러시아 선거법에 따르면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나발니는 지난해 말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미 전국에 20여 개 선거사무소까지 개설했다.
변호사 출신의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서 역시 출마가 유력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돼 왔다.
나발니는 법원의 잇따른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수형자가 아닌 모든 시민은 피선거권이 있다"는 주장을 펴며 대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나발니의 변호인들은 러시아 법원 판결에 불복해 유럽인권재판소에 상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공직자들의 부패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5일의 구류형을 살고 나온 나발니는 지난달 말 모스크바 시내에서 괴한으로부터 약물 공격을 받아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해있다.
괴한이 살균소독액으로 쓰이는 '젤룐카'(녹색약)란 약물을 그의 얼굴에 뿌리면서 약물이 오른쪽 눈에 들어가 동공과 각막이 손상을 입는 바람에 시력의 80% 정도를 잃은 상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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