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트럼프 '영광 발언' 비판…"부적절하고 문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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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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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너 "인권침해자 '영광스럽게' 만나는 것 옳지않아…제재·압박 집중해야"
롬버그 "트럼프만의 서툰 방식…김정은 멸시해온 中, 트럼프 발언 깔볼 것"
일각선 '전략적 모호성' 해석…매닝 "트럼프 불확실성이 유용할 수 있다는 일례"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장재순 특파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3일(현지시간) "적절하다면 김정은을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독재자이면서 핵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의 지도자를 미국 대통령이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현재 상황은 미국의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날 용의를 섣불리 보일 시점이 아니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서면인터뷰에서 "유엔은 2014년 북한 정권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의 인권을 지독하게 침해하는 나라의 정상을 '영광스럽게' 만나겠다고 한 것은 부적절하고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법에 따른 제재 및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 정부는 북한 정권이 북한 비핵화라는 회담의 기본 목적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까지 실무자급 외교 접촉은 계속하되, 고위급 회담과 공식 협상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그 발언은 김정은이 '적절한 일을 한다면' 실제 김정은과의 만남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는 외교적 상황을 조성하려 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툰 방식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김정은의 욕구에 호소하려 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분명히 많은 문제가 있고 실제로 다른 나라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자는 미국이 군사적 시위 대신 외교적 방식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해온 중국이 이 발언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김정은을 멸시해온 만큼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깔보겠지만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 역시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특한 '전략적 모호성'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 발언을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유용한 정책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로 본다"면서 "김정은과 측근들이 이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이라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발언은 최근 트럼프 정부의 여론을 상대로 한 외교라는 더욱 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면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NPR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권 교체나 붕괴가 아닌 오직 비핵화만을 추구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기억으론 오바마 정부에서 이처럼 분명한 의도를 지닌 성명을 낸 적은 없다"면서 "이후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도 의회 증언에서 '김정은을 굴복시키는 것보다 그가 이성을 찾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종합하면 이런 발언들은 북한 정권에 보내는 확고한 공식 메시지이고, 경제 제재를 포함한 대북 제재의 이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서곡"이라고 규정했다.

lesli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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