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청탁금지법에 매출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아무런 영향도 없네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앞두고 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카네이션 하우스에서 만난 장배현(60) 씨는 환히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을 채우던 화환·조화, 승진축하용 난 등의 꽃 소비가 급감해 화훼 농가의 시름이 깊어졌지만 장씨는 예외였다.
9년째 오금동 하우스 7동 3천300㎡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는 장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카네이션을 지난달 20일부터 서초동 화훼유통공사 등 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겨울 6만 개의 작은 화분에 카네이션을 심어 지난달 20일부터 출하해 오는 5일이면 출하를 마친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올해 꽃이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어버이날을 겨냥한 탓인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카네이션 3만 개를 팔아 7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1억5천만원을 예상한다"면서 "수도권의 다른 카네이션 농가가 많이 출하를 안 한 탓인지 올해 꽃값은 지난해보다 10∼15%가량 더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 지역에서 카네이션 농사를 짓는 김건형(31)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2년째 오금동 하우스 8동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해온 김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카네이션 화분 8만 개를 출하했다. 지난해 6만 개의 카네이션 화분을 판매해 1억5천만원, 올해는 8만개의 카네이션 화분을 판매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이들은 "스승의 날 보다 어버이날을 겨냥해 카네이션을 출하했다"면서 "작년보다 카네이션 양을 더 늘렸는데도 모두 팔려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스승의 날이 아니라 8일 어버이날을 겨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생님에게 꽃을 줘도 '법 위반'이라는데 누가 꽃을 주려 하겠습니까. 차라리 부모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꽃 선물을 하는 어버이날에 맞췄습니다."
이어 장씨는 "농가에서는 꽃 한송이라도 더 팔려고 노력하는데 일각에서 꽃을 선물이 아닌 뇌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면서 "정부든 국회든 하루빨리 이런 논란을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학교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법 위반이고, 아닌지 헷갈린다는 의견들이 많다.
법 적용과 관련해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네이션만 해도 학생 대표가 주는 것은 허용되지만 학생 개인이 주는 것은 안된다. 또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담임이나 교과 교사는 포함되지만 방과후학교 강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스승의 날과 관련해 권익위의 공식 답변은 학생 대표가 주는 카네이션은 허용된다는 것"이라며 "공식 답변 외의 사례는 되도록 지양하는 쪽으로 학교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에서는 6개 농가가 2㏊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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