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대 시장인 아시아에서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이 지역에 공급하는 6월의 원유 가격을 인하했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가 아시아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의 공식가격을 배럴당 40센트 낮추기로 한 것이다.
사우디는 5월에도 아시아 쪽 판매가격을 30센트 인하한 바 있다.
사우디는 매달 공식판매가격(OSP)을 발표한 뒤 여기에 지역별로 가격을 차등화해 공급한다. 사우디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은 다른 중동 산유국에도 벤치마크의 대상이 된다. 일종의 기준인 셈이다.
사우디가 아시아에 원유 가격을 낮추는 것은 북아프리카나 러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산유국에 전 세계 5대 원유 수입국에 들어가는 중요한 고객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동 산유국은 이 지역에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을 얹어 원유를 판매해왔다. 다른 지역보다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동에 가까워 운송비가 싸고, 중동산 원유가 북미산이나 유럽산 원유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아시아 수입국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제유가 방어를 위해 사우디가 맹주인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을 중심으로 원유 감산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 유가가 뛰기 시작했다. 감산으로 공급이 줄다 보니 값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중동산 원유의 강점인 저렴한 가격이란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해 1분기 러시아 우랄산 원유를 들여왔다. 국내 정유업계에서 우랄산 원유를 수입한 것은 10년 만이다. 우랄산 원유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다른 정유사들이 1년 단위의 장기로 원유를 도입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는 장기도입 원유를 50% 이하로 낮췄다"며 "원유와 석유제품 시장의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아시아 쪽 원유 판매가를 낮추면서 국내 정유사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정유사 수익성의 척도인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비 등을 뺀 것인데 유가가 싸지면 그만큼 정제마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원유 공급가를 낮추면 정유사로서는 그만큼 싸게 기름을 사 오면서 원유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다"며 "국내 정유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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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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