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되면 고발 남용 혼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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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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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순기능보다 '고발 주체 증가에 따른 혼선', '기업경영 위축', '전문성 부족 논란' 등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이는 불공정 행위에 한해 공정위 독단으로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경제검찰로서의 위상이 높아진 계기가 됐다.

일반 경찰이나 검찰은 경제행위에 대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전문성을 가진 집단인 공정위가 먼저 사건을 조사해 살펴본 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 

이후 공정위가 독점권을 갖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2014년부터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에도 고발 요청권이 부여됐다. 이들이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할 경우,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전속고발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경제민주화 열풍에 있다. 특히 장미대선을 통해 야권이 집권할 경우, 경제민주화 바람이 더욱 거세져 친기업적인 정책은 줄고 친서민적 경제정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기업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제기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은 공정위가 삼성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함께 청와대의 지시로 CJ를 표적 조사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힘을 받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지나치게 의식해 필요한 경우에도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시 누구나 검찰 고발이 가능해져 '소송 남발'로 인한 혼선이 야기되고, 기업경영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기업에게 소송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소송 하나에 주가가 요동치고 사업이 어긋날 수도 있다. 

공정위 측은 선진국의 경우 기업사건을 형사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가뜩이나 기업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경제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대해 지난 1995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며 "이는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를 불러오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경우, 검찰수사 대응능력이 대기업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쟁법에 전문성이 약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오히려 해당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심사할 경우 시장지배력 산출, 경쟁상황 분석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공정위가 1차로 사건을 걸러 검찰에 고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엇박자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를 한다면 법적 소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불공정거래 피해를 입은 기업이 공정위·검찰·경찰 3곳에 고발했을 경우, 3개 기관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려 발생하는 혼란이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 대신 입찰 담합 등 고의성이 짙은 불공정행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또 현재 고발요청권이 주어진 감사원, 조달청, 중기청 외에도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법정단체에 고발요청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정위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확대 범위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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