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철 명의의 논평을 발표해 최근 중국의 대북 정책을 전례없이 고강도로 비난했다.
비록 북한이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논평을 발표해 북중 당국 간 대결의 형식은 피했지만 북한 당국의 입장과 무관한 글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강한 불만을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처럼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과거 중소분쟁 시기 또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북중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떨여졌던 경우를 제외하면 전례를 거의 찾기 어렵다.
이는 북중 간에는 서로 불만이 있어도 대외적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는데 현재는 그 같은 관행마저 쌍방이 서로 깨뜨릴 정도로 북중 관계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북한은 어제 논평에서 “파렴치하게도 미국이 웨치는 《국제사회의 일치한 견해》라는 것을 그대로 따라외우며 반공화국 적대세력과 한편이 되여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대고 잔혹한 제재 놀음에 매달리는것은 조중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할 망동이 아닐수 없다.”라고 지적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한편이 되어 북한을 공동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을 드러냈다.
북한이 논평에서 “우리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강도높은 경제제재는 물론 군사적개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하는것은 저들의 리익을 위해서라면 우리 조선의 전략적 리익은 물론 존엄과 생존권까지도 마땅히 희생되여야 한다는 극히 오만한 대국주의적론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 것은 최근 중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사적 개입 불사 입장까지 북측에 통보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간적 입장을 취하려했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어 현재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폭발 직전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은 향후 중국을 의도적으로 철저히 무시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평화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당국은 군사적 옵션과 대북 원유 공급 대폭 감소 등 북한으로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방안 가지고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오는 10일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강력한 대북 압박으로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 ICBM 시험발사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교류협력 복원에 일단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 다음에 남북한․미․중의 4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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