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코스피는 대선 직전마다 강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상황이 더 우호적이다. 대내외 경기는 물론 국내 기업 실적, 시장 수급이 모두 개선됐다.
◆외국인 주식비중 사상 최고 수준
7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증시 전망을 보면 단기적인 코스피 예상범위는 2200~2260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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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덕분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약 5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수가 거침없이 뛰어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외국인이 많았다는 얘기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4일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은 총 534조1188억원어치에 달한다. 시총에서 36.72%를 차지하는 액수다. 2007년 5월 25일 기록한 기존 최고치(36.73%)를 거의 따라잡았다. 외국인 비중은 올해 초만 해도 35% 남짓에 머물렀다. 이달 들어서면서 37%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수출을 비롯한 거시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됐다. 전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약 24% 증가한 510억 달러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최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수출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처럼 5월 거시경제 데이터도 양호할 전망"이라며 "그동안 지수에 부담을 줬던 북핵 문제 같은 악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마다 내수 부양책을 공약에 담았다. 남은 상반기뿐 아니라 연말까지 증시를 낙관하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도 고점을 차례로 경신해가는 '상고하고' 장세가 될 거라는 얘기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대선을 기점으로 새 정책 기대감이 증폭돼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 코스피는 225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최인철 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임기 초반 경기 부양에 힘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코스피는 잇달아 최고점을 경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3~18대 대선 전 모두 강세
코스피는 1987년 개헌 이후 치러진 13∼18대 대통령 선거 전날 한 차례도 빠짐없이 올랐다. 대선일 직전 상승률은 평균 1.39%에 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때에는 대선 1개월 후에도 지수가 19% 가까이 뛰었다. 외환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달궜다.
수급도 강세장을 뒷받침해준다.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 주변으로 몰리고 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연중 최고치로 불어났다. 주식활동계좌 수도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도 지정학적인 리스크에 아랑곳없이 정보기술(IT)과 화학, 철강 같은 대형 수출주를 쓸어담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과 글로벌 경기 개선이 맞물리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는 연내 예상지수 상단을 대체로 2300선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높게는 2400선까지 올린 곳도 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예상치가 분기별로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코스피는 무난히 23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미 금리 인상 여파 제한적
다만 부담스러운 대외변수는 남아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 3~4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6월 이후 인상 가능성은 커졌다.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FOMC 개최 전날인 2일 67.1%에서 4일 97.5%로 치솟았다.
최인철 연구원은 "본래 9월 인상이 유력했지만 FOMC 회의 이후 6월 인상론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시점이 당겨진 것은 국내 증시에 악재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금리 인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점진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이뤄져 더 이상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이 9월보다는 6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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