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폭력 조장한 이란 보증국 역할 우려"…러 "안전지대 미 공군 비행금지"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하채림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이란, 터키가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했으나 반군이 반발하고 서방이 빠져 있어 그 역할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시리아 휴전의 보증국 자격으로 시리아 안전지대(긴장완화지대·안정화 지역) 설치에 합의했다.
이들리브(북서부), 홈스(서부), 동부 구타(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남부 지역 등 시리아 내 4개 지역이 안전지대 설정 지역으로 잠정 결정됐다.
시리아 안전지대 설치안으로 처음 이목을 끈 주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지만, 정작 미국은 이번 아스타나 회담에 참관만 했을 뿐 논의와 합의에서는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안전지대 구상과, 아스타나에서 합의된 안정화 지역은 구별 없이 '안전지대'라는 명칭으로 혼용되나 둘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지대는 시리아 난민 확산·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
반면 안정화 지역은 시리아·러시아군이 공격 대상 지역을 명확히 지정하려는 의도로 설정된다.
아사트나 평화회담 러시아 측 협상 대표인 알렉산드르 라브렌티예프는 앞서 이달 3일 "(휴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이른바 안정화 지역 설치안을 내놨다"면서 "안정화 지역은 온건 반군조직과 '이슬람국가'(IS)나 '자바트 알누스라' 같은 테러조직을 구분하는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들리브 등에 설치하는 안전지대에 있는 반군은 온건 반군으로 분류돼 공격하지 않지만, 나머지 지역 반군은 자유롭게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합의 보증국 터키에 가까운 반군 조직이 관할하는 지역은 안전지대에 포함돼 시리아·러시아군의 공습에서 배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렌티예프 대표는 시리아 외교부가 안정화 지역 구축 합의를 환영했으며, 해당 지역에 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리아 반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수니파 중동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이란에 극도로 적대적인 세력도 적지 않다.
아스타나 회담에서 반군 측 대표단을 주도한 '자이시 알이슬람' 조직은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다. 카타르는 또다른 조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대표단은 이번 합의가 시리아 분열을 초래한다며 거부했다.
반군 대표단의 아부 자이드는 "우리는 합의 당사자가 아니며, 이란이 보증국으로 포함되는 한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이란의 역할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헤더 노어트는 "이란이 보증국 역할로 개입한 것을 포함해 아스타나 (안전지대) 합의에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이란은 오로지 폭력이 늘어나게만 했지 멈추게 한 적이 없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시리아인의 고통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IS와 자바트 알누스라 등 테러리스트 조직 통제 지역이 안전지대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이번 합의의 맹점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예외 조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테러리스트를 공격한다는 명분으로 온건 반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도 공습을 가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것이다.
안전지대 창설 합의가 5일부터 발효함에 따라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은 이들 지대에 대한 공습을 할 수 없게됐다.
러시아 협상 대표 라브렌티예프는 "의정서 문안에 비행금지 규정은 없지만 안전지대 상공에서의 비행은 금지된다"면서 "우리는 이 방향의 모든 행동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는 10~11일 미국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열리는 북극위원회 장관급 회의에서 만나 시리아 안전지대 창설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무부는 이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안전지대 상공 비행금지 문제가 관련국 전문가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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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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