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새 정부에 "금융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바란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기자단과 만나 금융권 규제개혁(네거티브화)과 법인지급결제를 둘러싼 업역 다툼 등에 대해 소신껏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규제개혁을 하지 않은 정부가 없지만 기업에서는 여전히 규제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한다"며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의 네거티브(negative)화와 그에 따른 전업주의 폐지를 요구했다. 글로벌 금융회사가 있는 국가 가운데 포지티브(positive) 규제를 적용하는 곳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 회장은 "미국, 영국, 유럽, 싱가포르, 홍콩 모두 영미법에 네거티브 규제, 겸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업주의 형태로 돼 있어 은행 등 금융회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4차 산업혁명과도 직결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등의 활용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 새로운 신탁 분야 활성화 등 큰 틀에서 금융개혁을 이뤄 유니버셜 뱅킹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투자협회와의 업역 다툼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겸업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시에 금융투자업계가 요구하는 법인지급결제는 지금의 전업주의 규제 하에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동안 은행만 영위해 온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에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이미 몇 차례 설전도 벌였다.
하 회장은 "은행은 라이선스 산업인 만큼 (은행의) 핵심 업무를 하고자 할 때는 관련규제를 적용받는 것이 맞다"며 "은행은 전업주의에 묶어 놓고 남의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당초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가 금융권 전반에 허용된 것부터 "잘못된 걸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미 투자 활동과 관련한 외환업무는 금융투자업계에 다 허용이 됐다"며 "법인 지급결제는 은행 고유의 업무로, 겸업주의가 허용되지 않은 이상 현 규제에 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선 "새 정부 들어 백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제19대 대선 후보들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내놓은 폐지나 개편 등의 공약이 "호봉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은행권 내 호봉제를 폐지하고 임금체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과연봉제와 대선 후보들이 언급한 직무급제 등은 맥을 같이 한다"며 "(후보들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일방적인 도입을 반대하는지,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지, 측정이나 배분 방법을 반대하는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지만 새로운 직무급제 도입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연공서열로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 않고 실제 측정 성과를 배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하 회장은 성과 측정 및 연봉 차등 배분을 위해 직무에 대한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성과연봉제의 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 은행들이 어떤 형태로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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