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安 녹색행진 이끌어…신촌·홍대 일대 콘서트장 방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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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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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택시 타고 걸으며 시내 곳곳서 '국민 속으로'…자정까지 유세 지속
'뚜벅이 유세' 높은 관심에 자신감…"5월 이후 페이스북 팬 17%↑…표로 치면 30%"
"안철수 따라 많은 사람이 함께 걸어…'포레스트 철수' 현상 벌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홍지인 박수윤 기자 = "택시 운전하시면서 뭐가 가장 힘드세요?"

수줍은 목소리로 택시 기사와 '토크쇼'를 시작한 사람은 바로 국민의당 대선후보인 안철수 후보다.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에 나선 안 후보는 7일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민과 악수를 나눴다.

지하철은 국민의당과 같은 상징색을 사용하는 '녹색' 2호선을 이용했고, 2호선이 닿지 않는 홍대입구∼여의나루 구간의 이동은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 기사가 "20년째 택시요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자 안 후보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인데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다.

여의나루역 근처 밤 도깨비 야시장에 도착하자 안 후보는 후불신용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했고 영수증은 받지 않았다.

안 후보가 택시에서 내리려고 하자 택시 기사 권모씨는 갑자기 수첩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안 후보가 흔쾌히 사인하자 권씨는 "꼭 승리하십시오"라며 안 후보를 응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강릉 산불 현장에서 상경한 뒤 2호선을 타고 잠실과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을 누비며 시민과 접촉했다.

일요일을 맞아 거리와 지하철역에 나온 수많은 시민은 안 후보에 몰려들어 연신 '셀카'를 찍고 악수를 하면서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지하철역 부근에서 많은 시민이 몰려들다 보니 안 후보가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는 데만도 10분가량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안철수' '대통령' 등을 연호하면서 환호했다.

안 후보 측은 안전사고 우려로 취재진에 접근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출발점인 잠실역 앞에서 육성으로 "이번 선거는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미래로 나갈 건가 선택하는 선거"라며 "1번, 2번은 과거다. 3번은 미래다.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과거에 머무르면 미래가 없다. 청년들 꿈 빼앗는 세 가지 비리 아시나. 바로 입학·병역·취업비리다. 반드시 3대 비리 뿌리 뽑겠다"고 외쳤다.

잠실역에서 지하철에 탄 안 후보는 '고생이 많으시다'는 한 중년 남성의 격려에 "제 고생보다 서민들이 더 힘드시다. 걸으면서 말씀 들으면서 '힘든 세상 정말 바꿔놔야겠다'는 것이 정말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또 다른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사실 국민이 보고 일 시킬 직원을 뽑는 선거가 대통령 선거가 아닌가 싶다"며 "정말 당선되고 나서도 직원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직원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가겠다"고 말했다.

검은색 배낭에는 한 지지자가 선물한 눈 3개 달린 녹색 외계인 인형을 단 점도 눈에 띄었다. 자신의 상징색인 녹색에 기호 3번을 뜻한다고 한다.

홍대역 부근에서 간이 유세를 한 안 후보는 "부정부패 뿌리 뽑고 완전히 개혁하겠다" "상속받은 것 없다. 유산받지 않았다. 누구 신세 지지도 않았다. 눈치 볼 데도 없다. 저만이 제대로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냐"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했다.

안 후보는 "아무리 노력해도 빽을 이기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속자들을 못 이기는 세상을 저, 안철수만이 바꿀 수 있다"면서 "상속자의 나라가 아니라 성실한 일반 시민들이 이기는 나라도 만들겠다"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끌어냈다.

홍대입구역 뚜벅이 유세를 마친 안 후보는 여의도 '밤 도깨비 야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만났다.

안 후보가 장시간 '뚜벅이 유세'를 계속하자 페이스북으로 안 후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너무 지쳐 보인다', '안 후보께 물 좀 챙겨줘야겠다' '탱크보이(얼음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던데 탱크보이 선물해드려야겠다'며 안 후보를 염려했다.

실제로 한 시민은 여의도 밤 도깨비 야시장을 찾아와 안 후보에게 '탱크보이'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안겼고, 안 후보는 수행원과 취재기자 등과 함께 시민이 건넨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탱크보이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냥 있어서 먹었더니 좋아하는 줄 알고 시민들이 자주 사주신다"며 웃음을 보였다.

안 후보는 신촌역에서도 유세차에 올라 수천명의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간이 연설을 했다. 안 후보는 원고를 보지 않고 아이패드만 참고해 청중과 시선을 마주치며 열변을 토했다.

안 후보는 "이 나라는 진보의 나라도 보수의 나라도 아니다. 국민 모두의 나라다"라면서 "지금은 나라가 아니다. 정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저는 정말 이런 부분을 꼭 바꿔 놓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년들의 눈물을 보고 정치를 시작했다"며 "저는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청춘콘서트를 시작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교수 시절 한 학생이 찾아와 고민 상담을 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며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소신은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촌 일대에 모인 시민들은 안 후보의 즉석연설에 '안철수' '대통령'을 외치고 울음을 보이는 등 큰 호응을 보였다. 신촌 일대가 거대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후 안 후보는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 인근 빵집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연합뉴스 기자가 "연설을 듣던 시민 중 울음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는데 어떤 생각을 했느냐"고 묻자 안 후보는 "얼마나 간절하게 변하기를 원하는지 가슴 깊이 느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서울역에서 연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행객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동대문 평화시장을 찾아 자정 가까운 시각까지 유세를 펼쳤다.

안 후보의 이날 뚜벅이 유세는 페이스북 라이브, 유튜브,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됐다.

안 후보 측은 이날까지 나흘 동안 계속된 '뚜벅이 유세'로 안 후보에 대한 온·오프라인상의 관심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며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빅데이터'상으로도 이런 추세가 입증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에서 "5월 이후 문재인 후보의 페이스북 팬 증가 추이는 4%에 머무르고 있지만, 안철수 후보의 팬 증가는 17%에 달하고 있다"며 "안 후보 지지자 특유의 '샤이'함을 고려할 때, 이를 표로 환산하면 30% 증가율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주인공이 달리는 모습에 감명을 받아 많은 사람이 함께 뛰는 장면이 나오는데 7일 서울 유세에서 안 후보를 따라 많은 사람이 함께 걷는 '포레스트 철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평했다.

안 후보의 '뚜벅이 유세' 영상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조회 수 176만 건을 기록했으며 페이스북 도달수(게시물이 노출된 사용자 수)는 795만건, 최다 동시접속자수는 1만2천967명으로 집계됐다.

kind3@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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