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州) 주의회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이 맞수이자 현 주정부 집권 다수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에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제1공영 ARD 방송은 7일(현지시간) 투표 마감 이후 오후 7시께 현재 기준으로 수정한 정당득표율 전망치에서 기민당이 33.0%를 얻어 26.3%에 그친 사민당을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들 정당 외에 현 주정부에 소수당 파트너로 참여 중인 녹색당 13.3%, 친(親)기업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 11.4%, 반(反) 유로·반 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 5.7%, 남(南)슐레스비히유권자연합(슐레스비히당) 3.6%, 좌파당 3.6% 순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9월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은 사민당의 당수 겸 총리후보인 마르틴 슐츠와 치른 올해 두번째 주의회선거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둬 총리직 4연임 도전에 청신호를 밝힌 반면, 슐츠는 집권 주도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메르켈의 기민당은 지난 3월 26일 자를란트 주의회선거에서도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슐츠의 사민당에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은 함부르크 위에 있는 독일 최북단 주로서 항구도시 킬을 품고 있는, 인구가 290만 명 규모인 곳이다. 유권자는 이번에 220만 여명이었다.
지난 2012년 같은 주의회선거 이후 출범한 현 주정부는 집권다수 사민당이 녹색당, 슐레스비히당을 소수당 파트너 삼아 가동하고 있다.
그해 선거 때 정당득표율은 기민 30.8%, 사민 30.4%, 녹색 13.2%, 자민 8.2%, 해적 8.2%, 슐레스비히 4.6%, 좌파당 2.3% 순이었다.
슐레스비히당은 그러나, 의석 배분 최소득표율인 5% 허들 룰을 적용받지 않아 의석을 차지하고 주정부 권력에도 참여했다. 이는 덴마크와 인접한 이 주가 덴마크계 정당의 소수 대표성을 부여하려고 만든 제도에 기인한다.
이날 선거를 앞두고 가장 최근인 이달 4일 제2공영 ZDF가 주관한 여론조사에선 기민 32.0%, 사민 29.0%, 녹색 12.0%, 자민 11.0%, 대안 6.0%, 좌파 4.5%, 슐레스비히당 3.0% 순으로 지지율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 선거최고후보인 토르스텐 알비히(53) 주총리는 에너지 전환, 교육, 도로, 인터넷, 아동, 노인, 난민 등을 위한 인본주의적 예산 배분과 집행에 나설 것이라며 표심을 파고들었고, 기민당의 선거최고후보인 다니엘 귄터(43)는 국내 치안 강화와 아비투어 준비 학제 9년,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 공약을 앞세운 채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며 한표를 호소했다.
앞서 2009년 기민당과 자민당의 보수파 소연정으로 주정부를 가동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정당에 녹색당까지 가세하는 '흑황녹' 자메이카 연정, 기민-사민당 간 대연정을 차기 주정부의 주요 모델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당인 사민당이 녹색당의 희망에 따라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하는 '적황녹' 신호등 연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자민당이 이를 반대하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작다.
이번 선거는 아울러, 이미 포말 군소정당이 된 자유주의 진보 색채 해적당의 몰락이 재확인되고, 반 난민 정서에 편승해 세를 확장하다가 최근들어 급격히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안당이 그 빈틈을 가까스로 차지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대안당은 이로써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중 12곳에 의석을 꿰차는 기록도 세웠다.
독일은 1주일 뒤인 14일에는 인구가 1천800만 명으로 16개 주 가운데 최다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또 주의회선거를 치른다. 이 주 역시 다수 사민당과 소수 녹색당의 주연정 조합으로서, 기민당이 정권 탈환을 노리며 사민당과 박빙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어 격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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