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난제 산더미 마크롱 앞길 험난…경제난·테러위협 속 총선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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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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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내달 총선서 의석 얼마나 확보할지 주목…'찻잔속 태풍'땐 개혁추진 어려워
포퓰리즘·테러위협 제어 실패시 분열상 가속화…유럽연합 재건도 숙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30대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세력의 집권을 차단하며 프랑스 대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길은 '가시밭길'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광의 30년'과 같은 강대국의 추억을 뒤로하고 쇠퇴일로를 걸어온 프랑스 경제, 점증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위협, 극심한 정치혐오와 포퓰리즘의 득세 등 하나같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한 데다가 약해진 대통령의 권한, 취약한 의회 기반 등 처한 상황들도 좋지 않다.

당장 내달 총선에서 그의 신당 '앙마르슈'(En Marche·전진)가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임기 내내 거대 야당들에 끌려다니며 개혁 어젠다를 꺼내지도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마크롱은 대선 승리를 만끽할 틈도 없이 당장 총선에 올인해 대대적인 정치구도 재편을 시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선 승리의 모멘텀을 이어가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의석 없는 앙마르슈, 내달 총선 올인해야…과반의석 목표지만 불투명

하원 의원 577명을 결정하는 총선이 내달 11일과 18일 두 차례 진행된다. 프랑스 총선도 대선과 마찬가지로 1차투표와 결선투표로 승자를 가리는 구조다.

마크롱이 이번 대선 승리의 모멘텀을 이어가면 앙마르슈가 총선에서도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지만, 과반의석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크롱과 르펜이 대선 결선에 오르면서 기존의 양당 구도가 어느 정도 깨지긴 했지만, 대선과 총선은 또 다른 얘기다. 지역구에서는 공화당과 사회당의 아성이 여전히 강고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전통적인 좌우 구분에 따라 이뤄져 온 프랑스에서 앙마르슈는 사실상 '미지의 실험'에 가깝다.

프랑스에서 갓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이 이끈 신생정당으로 의회까지 장악해 정계개편을 주도한 것은 1958년 출범한 제5공화국 역사상 초대 샤를 드골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것도 드골이 1·2차 대전에서 활약한 '국민 영웅'이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는 중도정당을 표방한 앙마르슈를 중심으로 공화·사회당 내 범중도파가 연합하는 연정 또는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 구성안이다.

의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데, 연정의 결속력이 약하면 국정과제 추진이 계속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르펜의 대선 결선 진출로 모멘텀이 형성된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장뤼크 멜랑숑의 극좌파 진영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등이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다. 보호무역과 유럽연합·유로존 탈퇴를 주장해온 이들은 자유무역과 개방경제를 내세운 마크롱 정부의 개혁추진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마크롱이 연정을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르피가로와 인터뷰에서 "대선과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공화당과 사회당과의 연정은 없을 것이다. 때가 오면 두 당에서 우리 쪽에 합류하는 정치지형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화 소외된 노동계층, 강한 노조 상대로 경제활성화방안 설득해야

총선에 앞서 당장 내각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도 시급한 과제다. 아직 인재 풀이 협소한 마크롱 정부는 기존 공화·사회 양당의 검증된 인사들도 내각에 어느 정도 기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지역신문들과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2002년 당시 시라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리를 비롯해 내각 구성을 기존의 좌우 진영에서 고르게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자크 시라크는 극우집권 저지 목표로 결집한 이른바 '공화국 전선'의 덕으로 결선에서 82.2% 득표율로 완승을 했지만 정작 내각을 자신의 캠프 인사로만 채워 '공화국 전선'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난제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과제는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신음하는 프랑스 경제 살리기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2002년까지만 해도 독일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지만, 경제구조 개혁을 거친 독일은 현재 4%로 내려왔음에도 프랑스는 여전히 10% 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25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은 25%에 달하며,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80%가 단기간 계약직이다.

여기에 국내총생산(GDP)의 57%에 달하는 지나치게 비대한 공공 부문도 프랑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크롱은 고용 확대를 위한 직업훈련에 500억 유로(62조원 )를 투입해 2022년까지 실업률을 7%로 낮추는 한편, 공공 부문에서 12만명의 일자리를 줄여 비대한 정부를 구조조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IT와 공유경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어떻게 경제활력 제고로 연결지을지도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프랑스 노조들은 마크롱에게는 설득하고 또 돌파해야 할 대상이다. 본인의 성향대로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였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면 임기 내내 추진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995년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연쇄총파업에 직면해 포기한 전례가 있다.

프랑스 국민들의 반감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 1차투표에서는 10명 중 4명이 르펜과 멜랑숑에게 표를 줬는데, 이들은 노동자·서민 대변자를 자임하며 노동규제 완화, 자유무역, 세계화에 강하게 반대한 진영이다.

2012년 대선에서 르펜과 멜랑숑의 1차투표 득표율합계가 29%였던 것을 감안하면, 5년간 노동유연화와 세계화에 대한 우려 심리가 프랑스 국민 사이에서 더 확산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마크롱은 그동안 복지국가를 지키면서 프랑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상충하기 쉬운 두 개의 목표를 어떤 정책조합과 정치력으로 돌파할지,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 옛말…EU·지방으로 권한 분산됐어도 국정책임은 대통령 몫

프랑스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많지 않다. 지방정부와 유럽연합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상당 부분 넘어간 상황에서 프랑스의 독자적인 재정·통화정책도 거의 불가능하다. 마크롱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로 묶은 EU 재정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002년 대통령 임기가 7년에서 5년으로 줄면서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이 짧은 기간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은 훨씬 커졌다. 프랑스의 5공화국 헌법이 구현한 제왕적 대통령제도 이제 옛말이 됐다.

5년 임기 대통령을 지낸 사르코지와 올랑드 모두 재선에 실패했다는 것은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대통령에게 돌아갔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점증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테러 위협은 차기 정부가 당면한 또 다른 난제다. 프랑스의 무슬림은 500만명 가량으로 이슬람교가 가톨릭에 이어 제2의 종교다. 문화적 다원주의와 관용을 강조해온 마크롱이 어떻게 안보와 관용의 가치를 조화시킬지 주목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목격됐듯이 정치쇄신과 변화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고 극우와 극좌 포퓰리즘을 제어하는 한편, 유럽연합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국가의 정상으로서 위기에 처한 EU를 리드하는 것도 숙제다.

대선 1차투표에서 EU 탈퇴를 주장한 후보들의 득표율이 49%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마크롱은 비대해진 EU의 관료주의를 개혁하고, 국내적으로는 EU에 주권을 빼앗겼다는 국민의 피해의식을 풀어줘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마크롱 정부가 이런 숙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5년 뒤 대선에서는 르펜이 현 정부의 실정을 비난하며 또다시 포퓰리즘 바람을 불러일으켜 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민전선 쪽에서는 르펜의 이번 대권 도전이 연습게임일 뿐 본격 도전은 5년 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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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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