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마크롱 승리 요인…재능·운·정치환경 '3박자'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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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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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주자 줄줄이 탈락 후 해볼만한 상대들만 남아…'피용 스캔들' 등 운도 따라
TV토론서 르펜 압도, 지지율 수직상승…극우저지 '공화국 전선' 이번에도 작동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마크롱이 프랑스 정치판에 파란을 일으키며 서른아홉의 나이로 프랑스 대권을 거머쥐기까지는 모든 선거가 그렇듯 개인적 재능과 운, 국내외 정치상황이 모두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포퓰리즘의 열풍 속에 거대 양당의 유력주자군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비방과 인신공격을 앞세운 르펜을 상대로 극우 집권 저지를 호소하며 TV토론에서 상대방을 압도한 것이 승리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득권층 혐오, 포퓰리즘 열풍 속 좌우 양당 몰락…중도파 마크롱에 호재

먼저 마크롱의 가장 큰 승리 요인으로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의 몰락을 꼽을 수 있다.

작년 11월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 경선에서는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혔던 중도성향 알랭 쥐페 전 총리가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공화당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라는 다른 막강한 주자도 있었다. 그러나 3위권에 머물렀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경선 1위를 차지하는 파란 끝에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쥐페나 사르코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용은 마크롱이 한번 '상대해 볼 만한' 후보였다.

집권 사회당에서도 이변은 연출됐다. 당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이 마뉘엘 발스 전 총리를 꺾고 후보가 된 것이다.

총리직을 내려놓고 경선에 올인한 발스는 당내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무난히 후보로 결정되리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사회당 내에서도 좌파색채가 뚜렷했던 아몽의 바람에 대권 도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유력주자들이 기성 공룡 정당들의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 끝에 2∼3위권 주자들이 후보가 된 것은 마크롱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형성해 줬다.

양당 후보들이 속한 정치적 스펙트럼 역시 마크롱의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

피용은 공화당에서도 사회적으로는 가톨릭 보수주의에 속하고, 경제적으로는 대처리즘에 근거한 강한 우파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2014년 올랑드 정부의 긴축정책과 노동법 개정에 항의하다가 교육장관에서 경질된 아몽은 기본소득 보장제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중도좌파 사회당에서도 왼쪽에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양당의 뚜렷한 좌·우 구도는 기존의 좌·우를 뛰어넘어 새로운 종도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마크롱에게는 호재였다.

여기에다 올해 초 터진 피용의 '세비 횡령' 스캔들은 결정적이었다.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수년간 거액의 세비를 챙겨줬다는 의혹이 폭로된 후 피용의 지지율은 수직하락했다.

공화당 경선 확정 때까지만 해도 피용의 대선 지지율은 1위였지만,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3위권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피용이 후보 사퇴를 거부한 것은 마크롱에게는 호재 중의 호재였다. 공화당에선 후보를 쥐페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쥐페가 출마하면 마크롱과 르펜을 모두 꺾고 집권한다는 여론 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피용은 후보 사퇴를 끝내 거부했다. 공화당 후보가 쥐페로 교체됐다면 마크롱은 고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에게는 '천운'이었던 셈이다.

◇결선 초반 르펜 게릴라 전법에 밀렸지만, 곧 전열 정비…TV토론으로 압도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에 오른 마크롱은 결선 레이스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르펜이 결선진출이 정해지자마자 전열을 가다듬고 공세를 취하는 것과 달리 마크롱이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는 여론조사들에 도취해 극우 측과의 싸움을 게을리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마크롱이 1차투표 당일 파리의 한 고급 비스트로에서 자축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극우의 집권을 막아야 할 막중한 책임을 줬는데 고급음식점에서 떠들썩하게 파티를 연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마크롱은 또 르펜의 노동자·서민층을 타깃으로 한 게릴라식 전법에 말려들어 이슈를 선점당하는 등 결선 레이스 초반에서 계속 르펜에게 밀렸다.

특히 그가 고향 아미앵에서 노조지도자들과 가전 공장의 해외 이전에 따른 실업문제를 논의하는 사이, 르펜이 예고도 없이 가전공장을 찾아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마크롱을 냉혈한 신자유주의자로 공격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여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일을 대서특필하며 마크롱이 르펜에게 판정패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일들을 거치며 마크롱의 양자구도 지지율은 순식간에 4∼6%포인트가 빠지기도 했지만, 마크롱은 곧 전열을 가다듬고 르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주도권을 되찾았다.

특히 지난 3일 르펜과의 양자 TV토론에서 마크롱은 완전히 승기를 굳혔다.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일관한 르펜을 상대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말솜씨로 압도한 것이다. 르몽드는 토론에 대해 "극우세력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토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중상모략과 협박에 기대온 르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며 마크롱의 손을 들어줬다. TV 토론 이후 마크롱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크롱이 르펜을 상대로 결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프랑스 특유의 '공화국 전선'(Front republicain)이 이번에도 작동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공화국 전선'이란 극우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제반 정치세력이 연대해 대항하는 프랑스 특유의 정치 현상이다.

2002년 대선에서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연출했지만, 결선에서 '공화국 전선'이 작동해 82 대 18의 압도적 표차로 중도우파 시라크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크롱의 경쟁자들이었던 피용, 아몽은 물론 노조들과 시민사회단체, 체육인, 문화예술계 등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면서 마크롱의 우군들이 결집했다.

yongla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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