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조기총선이 8일(현지시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 8일 열리는 이번 조기총선은 하원 의원 650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비례대표 없이 650개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2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본격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총리의 신임을 묻는 성격이다.
여론조사들은 한결같이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대폭 늘리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메이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손에 쥘 것으로 예상된다.
◇ 보수당 압승 전망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공개된 7개 여론조사 결과들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7일 현재 보수당 정당 지지도는 47%, 제1야당인 노동당은 28%로 나온다.
보수당이 19%포인트 앞서 있다. 개별 조사별로는 격차가 적게는 17%포인트, 많게는 24%포인트로 나타났다
2015년 총선 득표율(보수당 37%, 노동당 30%)과 비교하면 보수당 지지도는 10%포인트 오른 반면 노동당 지지도는 2%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전격 요청한 지난달 18일 무렵(보수당 44%, 노동당 26%)과 비교해 격차에 별다른 변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상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20일 지났지만, 아직까진 판세가 동요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들은 보수당이 현재 17석(실질표결 기준)인 과반 의석을 대폭 늘릴 것으로 예측한다. 과반 의석을 100석 안팎으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일 치러진 지방선거는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탰다.
지역의회 의원 4천851명을 뽑는 선거에서 보수당이 직전보다 540석 이상을 늘리는 압승을 거뒀다.
반면 노동당은 360석 이상을 잃었다. 전통적 텃밭인 웨일스에서도 부진했다.
보수당의 승리는 극단적인 내분인 치유되지 않은 노동당의 부진과 영국독립당(UKIP)의 '화려한 몰락'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反) EU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브렉시트를 승리로 이끈 이후 목표 상실에 빠지면서 보수 성향인 지지층이 보수당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으로, 이런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남은 1개월 동안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당은 브렉시트 협상 이슈보다는 복지 확대 등 전통적 총선 이슈에 무게를 두는 선거운동 전략을 펴고 있다.
◇ 메이, 신임 토대로 강력한 협상권 확보 전망
메이 총리는 안정된 리더십과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려면 보수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EU 국민 이민 억제, 사법권 독립, 국경통제 회복 등을 위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이탈을 뜻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과 야권으로부터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거듭된 반발에 직면해오던 와중에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메이는 유권자들이 직접 선택한 총리가 아니다. 작년 6월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후임 보수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선출돼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또한 오는 2020년 예정된 총선 시기가 브렉시트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총선을 가까이 둔 시점에서 협상을 한다면 EU가 영국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은 이런 상황을 예고한다.
독일 일간 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런던 총리 집무실에서 메이 총리와 회동 후 "(협상 타결 가능성에서) 이전보다 10배는 더 회의적인 상태로 다우닝가10(총리 집무실)을 떠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이 이튿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메이 총리와 대화 내용을 전하며 메이가 "다른 은하계에 있다"고 말했다고 FAZ는 덧붙였다.
그 다음 날 메르켈 총리는 연방의회에서 "영국 일부 국민은 여전히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시간 낭비"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에 메이 총리는 "영국에 대한 위협이 유럽 정치인들과 관리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모든 행위는 6월 8일 열리는 총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고의로 시기가 맞춰졌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EU 정상들은 협상 가이드라인에서 '선(先) 탈퇴협상 후(後) 미래관계 협상'이라는 순차적 협상 원칙을 채택, 탈퇴협상과 자유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영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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