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이제 하루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국정 혼란 속에서 치러진 5·9 대선은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통합하는 첫 시작이 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진보와 보수 간 이념 전쟁, 세대 및 계층 간 대결과 지역 구도는 새 정부가 넘어야 할 큰 산이자 과제다. 특히 우리 편, 상대 편으로 나뉘어 싸운 선거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은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다.
주요 대선 후보 5명이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반 지지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고,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여야 협치 없이는 새 정부의 단독법안은 물론 개혁과제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다.
결국 국민대통합을 위한 첫째 열쇠는 새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과반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국회마저 여소야대인 상황에선 이도 저도 못 해보고 임기가 지나갈 수 있다"며 "하기 싫어도 협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다음 날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새 대통령은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를 지명해 국회 인준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야권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면 새 정부 국정 운영 첫 단추인 내각 구성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총리와 장관 후보의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전 정부의 총리·장관과 함께 일하는 '동거정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비정상적인 동거정부 상황에선 새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이런 점에서 각 당 후보들이 내놓은 ‘통합정부’ 구성안은 탕평과 국민통합, 적재적소 인재 발탁이라는 해법을 통해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른 당 인물도 가리지 않고 정부에 참여시켜 합리적 진보에서 개혁적 보수까지 아우르겠다며 통합정부 구성안을 내놨다.
문 후보의 선대위 통합정부추진위원회는 “정파와 지역, 세대, 계층을 뛰어넘어 국민의 역량을 결집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다른 당의 당적을 보유한 사람도 참여하는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의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개혁공동정부추진위원회를 꾸리면서 경쟁 후보인 유승민·심상정 후보를 언급하며 집권하면 함께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범보수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구체적인 협치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홍 후보는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의 대통합을 강조했다.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목해 국정운영에 참여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전문가들은 말만 앞세운 통합·협치가 아니라 새 대통령이 협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는 "새 대통령이 관용과 포용의 대타협 시대를 연다는 선언과 함께 다른 정치 세력 및 정당과 타협하고 협력해 나가는 내각 구성과 시스템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탄핵과 촛불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선이 다시 한 번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데 장애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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