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굳이 나갈 거까지 있나요. 돈 쓰느니 집에서 개표 방송이나 보려고요.”
지난 9일 저녁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를 앞두고 거리는 한산했다. 치킨집과 주점들은 저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10일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문재인 정부와 새 경제팀이 환호성을 지를 겨를도 없이 경제 회복, 특히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수출과 투자 호조세 속에서도 경제 회복을 거론하기 힘든 데는 민간소비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민간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비 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올해 1월 들어 전월 대비 -2.2%까지 추락하는 등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990년대 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보다 더 위축되고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악재는 겹쳐서 온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가계 빚 부담을 키워 소비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조선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가 속출하고,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 실업률은 10%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속된 경기 침체에 불안한 일자리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며 씀씀이를 줄이는 것도 있지만, 정체된 소득에 가계 빚이 불어나면서 당장 쓸 돈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추경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임기 내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추경 편성이 단기간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특약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재원이다.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은 말 그대로 정부가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야 하는 것을 뜻해 국가 재정에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해 8조원 흑자를 본 세계잉여금의 일부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재정부담을 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경 편성 요건에 맞고 적절한 시기냐도 논란거리다.
현재 국가재정법상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태풍이나 집중호우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은 데다 경기가 더디긴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껴안으면서까지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지는 이견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 경제팀은 경기불안, 일자리 등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장기적 재정부담이 되지 않도록 민간의 일자리로 연결되는 형태의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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