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시대]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에 가겠다"…한·미동맹 강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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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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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통해 밝힌 한·미관계에 대한 구상이다.

미 백악관도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동맹 강화를 위해 새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만나서 공동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조만간 한·미 정상 간 첫 전화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한·미 양국이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유지해 안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양국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가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갈등으로 술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문 후보가 '햇볕정책 2.0'을 추진해 서울과 워싱턴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외신보도도 나오면서 남북관계에 매우 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한·미 관계는 일정시간 적응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공식 집무에 들어간 10일 외교가는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해법을 비롯한 외교 안보 현안에서 한·미 동맹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한·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한·미 양국이 긴 정상외교 공백기를 거치는 동안, 미국에서는 8년 만에 공화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8년여 보수세력의 집권 이후 중도진보 세력인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지난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기치로 내걸고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사뭇 다른 대외 기조를 천명했고,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햇볕정책 2.0'이라고 부르는 북한과의 경제 교류 노력을 재개하겠다고 말해와 대북 정책에서 압박·제재 일변도였던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한·미 간 조율해야 할 민감한 현안들은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바람처럼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사안들은 사드 배치 재검토 여부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최대 관심사이긴 하나,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의나 조율 없이 문 정부가 독자적 대북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까지 가세한 전례 없는 대북 압박 상황이라는 점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등을 중심으로 새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대북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적잖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 등과 공조를 통해 남북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전문가들 "남북관계, 단계적 개선해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서는 안 된다"며 "북핵·미사일 개발수준이 과거와 달라졌고, 북핵·미사일 위협을 방치한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선만 추진하면 대다수 국민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의 최우선적인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북핵 문제가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기 전에 남북관계 강화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미·중 양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며 "한·미동맹을 이익에 기반해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 골프 회동을 통해 인간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남북관계를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내가 평양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간단하지가 않다. 평양은 워싱턴 이후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원장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모두 중요한 안건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며 "미·중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접촉을 시도할 것이니 올해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도는 하면서 국제사회가 공조해 이룬 대북제재 고삐를 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문 대통령의 외교 안보 정책 자문그룹에 포진한 전직 외교·통일부처 관료 중에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했던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를 전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과의 외교협력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에게는 북핵 문제가 한·미, 북·미, 한·중, 북·중 간에 셈법이 다를 수 있는 고차방정식으로 흘러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안정적이고 신뢰적인 관계 구축이 임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 위협의 관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한·중, 한·일, 한·러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미·중·일·러 국가들과의 대북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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