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쳐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가 서울에서 온 타지인 종진(조진웅 분)을 마약 사범이라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이성민이 맡은 역할은 오지랖 넓은 기장 토박이 대호. 평소 조용하고 진중한 성격이니만큼 대호와는 딴판일 거라 짐작했지만 이따금 마주치는 장난기 어린 얼굴은 대호와 닮아있었다. “‘아재’ 말고, ‘기장 어벤저스’”라 불러달라는 그를 보니, 새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보다 한참(?) 동생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라이벌이라고?
- 오는 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검색해봤다. 저보다 한참(?) 형이다. 형! 하지만 그들을 ‘아재’라 부르지 않지 않나. 생각보다 ‘보안관’ 출연진의 연령대가 젊은데 우리는 ‘아재’라 부른다. 씁쓸하다. 하하하. 그래서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타깃으로 잡았다. 우리를 ‘기장 어벤저스’라 불러달라.
- 홍콩 영화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영웅본색’은 감독님의 오마주다. 우리 나잇대의 아저씨들의 히어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벤저스’가 최고다. 그러니까 ‘어벤저스’로 밀겠다.
영화를 보니 ‘아재’라고 부를 수 없겠더라. 몸매 관리도 신경 쓰신 모양이다
- 사실 대호가 조각 같은 몸매는 아니다. 건강한 중년 아저씨의 몸, 바닷사람 느낌의 몸매길 바랐다. 감독님도 그 정도가 좋겠다고 하셨다. 먹는 것도 가리고 운동을 많이 했다. 확실히 몸이 좋아지더라.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 하하하. 운동하며 느낀 건데 운동도 그렇지만 먹는 게 특히 중요하다. 당시엔 웃통도 많이 벗고 다녔다.
몸매 관리에 신경 쓰신 이유가 있나?
- 파이팅 하려는 마음이었다. 가끔 바닷가에 보면 대호 같은 아저씨가 멋지게 선글라스 끼고 폼 잡고 있지 않나. 그 모습이 영화의 모티브였다. 감독님도 대호가 그런 모습이길 바랐다. 몸만 좋지 실익은 없는 스타일. 몸을 키우니까 액션 할 때 좋긴 하더라. 덜 다치고.
대호는 전작과는 연기 톤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였다
- 그동안 진중하고 신뢰를 주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이번 대호 역은 사고만 치고 다니고 계산도 하지 않는다. 나를 놔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편했다. 현장에서도 편했고 촬영 없는 날도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쉬는 날은 정말 난리였다. 배우들이 영화의 성격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정말 신나고 즐거웠다.
종진을 향한 대호의 집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 대호는 타인의 불편함을 지켜보지 못하는 성격이다. 다정하고, 따듯한 정이 있는 인물인 거다. 종진을 의심하는 건 다른 문제다. 수컷으로서의 질투나, 본능이 있는 것 같다. 동료 경찰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현장 분위기가 진짜 좋더라. 남자들끼리 친해지려면 술도 한잔해야 할 텐데, 평소 술을 못 드시지 않나
-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술을 못 마신다. 또 이 녀석들이 술을 워낙 잘 먹어서…. 곤욕이었다. 하하하. 술 잘 먹는 친구들끼리 한잔하는데, 술 안 먹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불편하지 않나. 그래서 그랬던 거지. 촬영 초반에는 일부러 제 방 냉장고에 술을 채워놓고 불렀다. 친해지자는 의도였는데 나중에는 자기네들끼리만 뭉치더라.
술을 못 마시는데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통 내공이 아닌가 보다
- 하하하. 내공이 30년이다. 사실 술을 먹어보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몸에서 안 받는다. 이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극 중 컨테이너 앞에서 마을의 대소사를 논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 그 모습이 우리의 모토였다. 이 영화는 폼 잡지 않는 영화인데 캐릭터들은 전부 폼을 잡고 있다. 하지만 멋져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동네에 가면 꼭 그런 아저씨들이 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기장에서 촬영할 때, 막걸릿집 앞에서 대호 일당 같은 무리를 만났다. 광케이블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더라.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으니 자꾸 웃음이 났다. 극 중 비치타운에 대해 논하는 우리의 모습과 똑 닮아있었다.
우정 출연한 주진모 배우도 흥미로웠다
- 극 중 박선장으로 등장하는 주진모 선배와 캐릭터 설정을 했다. 박 선장은 그 동네의 보안관, 저는 기장의 보안관인 거다. 편집이 되긴 했는데 박 선장이 배를 몰고 왔을 때 대호와 눈빛을 교환하는 신이 있었다. 어딜 가나 동네에는 보안관 같은 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설정을 했었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지역에 대한 정서를 잘 알고 있어야 했는데
- (임)현성이를 빼놓고는 전부 경상도 출신이라 걱정 없었다. 우리는 시골 정서를 잘 알고 있으니까. 진짜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사이 아닌가. 다들 그런 곳에서 자란 배우들인 만큼 대본의 정서, 연기할 때 맞춰가는 부분들에 무리가 없었다. 현성이는 압구정 출신이라 모를 수도 있지만.
종진처럼 배척당했나?
- 하하하. 농담이다. 현성이가 워낙 착해서 놀리는 맛이 있다. 혼자 압구정 출신이라고 많이 놀렸다.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 이 작품은 어떤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촬영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굉장히 행복했다. 배우 이성민, 인간 이성민에게도 ‘보안관’은 중요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우리 영화가 풍자하는 것이 지난 시국과 묘하게 닮아있다. 사실 국정농단이 터졌을 때 다들 적잖이 충격받았다.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속 시원한 결말을 가지고 있으니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몇 달간의 기억을 웃음으로 털어낼 수 있길 바란다. 그런 계기로 작용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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