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칼럼] 강세장 버스서 언제 내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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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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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정말 오랫동안 투자자들이 고대해온 이른바 박스피 탈피에 대한 숙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세계경기 확장과 기업실적 호조, 그리고 기업가치에 비해 현저히 싼 한국 증시의 매력 등이 그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는 든든한 요소다. 때마침 국내외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매우 양호하게 나오고 있다. 미 S&P500 기업 가운데 약 80%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이고 있고, 우리 코스피 기업들도 전체의 약 70%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당분간 한국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을 요인들은 현재로서는 딱히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혹시 어떤 함정이나 모순은 없는 것일까. 모두가 파티를 즐길 때 항상 그 반대편의 위험을 생각해 두는 것은 설사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투자자세이고 위험관리 태도이다. 마치 초식동물들이 맛있게 풀을 뜯어 먹고 있을 때에도 맹수가 저 멀리서 살금살금 다가오는 광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증시 주변의 잠재적 위험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과연 내년에도 국내외 경기가 계속 좋을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다. 올해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내년도 경기라니, 무슨 그런 앞서가는 생각이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5~6월이 지나면 올해도 이제 하반기에 접어든다. 이미 자산가격은 올해 예상되는 변수를 거의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지는 작년 대비 올해 경기나 기업이익의 개선 모멘텀이 내년에도 똑같이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중심의 테크경기도 그렇고 국제유가의 상승탄력 또한 그 비교의 대상이다. 미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 또한 이미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투영돼 있는 반면에 이제부터는 더 큰 기대를 실제 충족해 줘야만 주식시장이 안심할 수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국내경기도 하반기부터는 주택경기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비싸진 유가와 원화환율에 기업실적도 상당한 맞바람을 이겨내야만 한다.

둘째의 위험요인으로는 지난 9년간 무려 4배 가까이나 오른 미국 증시(S&P500지수 기준 3.6배 상승)에 대한 부분이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간 미국금리는 매우 경기 부양적이었다. 그간 미국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초저금리가 이제 서서히 소멸되어 가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부담을 지닐 수밖에 없다. 경기가 계속 기대치를 웃돌지 않는 한 이미 비싸진 주식은 금리상승 과정에서 어쩌면 약간의 실망이나 이벤트성 악재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당장은 아니더라도 증시 저변에 부담이 없는지에 대해 계속 촉각을 세워야만 한다. 어쩌면 많이 오른 증시에서 가장 큰 악재는 바로 그 주가 자체인지도 모른다. 미 증시가 부드러운 조정을 보이면 괜찮겠지만 만약 급격한 요동을 보인다면 우리 증시와 글로벌 증시 전체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강세장에서 늘 조심스러운 것은 버스에서 너무 일찍 내리는 일이다. 머지않아 추락할 위험에 처해 있는 버스를 너무 오래 타고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개인투자자들이 더욱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번 강세장이 대형주 중심이라는 점이다. 강세장의 겉모습과 투자자들의 체감지수 사이에는 지금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의 정책은 중소기업의 육성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희망이 있다. 이제 투자의견을 정리해보자. 첫째로, 좀 더 코스피 중심의 강세장을 즐기는 것은 무방해 보인다. 둘째로, 그래도 증시에 한 번쯤 다가올 내재적 위험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그 위험은 국내보다는 미국발 주가조정 위험일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중소형주나 코스닥으로 스타일 변화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는 새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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