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쳐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달랐다. 이제까지 배정남이 맡았던 캐릭터와는 궤를 달리했다.
부산 기장을 무대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가 서울에서 온 타지인 종진(조진웅 분)을 마약 사범이라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담은 ‘보안관’에서 배정남은 입만 열면 깨는 춘모 역을 맡게 되었다.
춘모는 지금까지의 배정남을 단번에 뒤집을 만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 순진하고 순박한 캐릭터는 기존 작품들보다 오히려 인간 배정남과 더 가깝다는 것을, 한 시간가량 나눈 대화에서 알 수 있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캐릭터였다.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가면무도회’ 덕에 춘모의 망가짐은 수월했다는 뜻인가?
- 그렇다. 춘모는 망설일 게 없었다. 두려울 것도 없었고.
하지만 ‘보안관’은 상업영화지 않나. 보는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우려도 있을 수 있을 텐데
- 반대였다.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이미지를 깨고 싶다. 못생기게 나오고 싶었다. 살도 많이 찌우고 후줄근하게 나오려고 했다. ‘쟤가 배정남인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변신하고 싶었다.
굳이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이유는?
- 모델 활동으로 다져진 이미지, 선입견이 있다. 그런 걸 풀어주고 싶었다. ‘나는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이제 아재인데. 어떤 걱정이 있겠나.
한때는 남성 팬들의 아이돌 같은 존재 아니었나
- 그럴 때도 있었다. 남자 팬들이 저를 오래 좋아해 주시더라. 영광이고 (그런 팬들을 보면) 고맙기도 하다.
‘보안관’의 촬영 현장은 어땠나?
- 정말 화기애애했다. 저는 사실 워낙 대선배님들이라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했는데,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시고 다가와 주셨다. 최대한 저는 가식 없이, 거짓말 없이 다가가려고 했다. 평소에도 그런 걸 싫어하는 편이라서.
현장의 훈훈한 분위기가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 힘을 많이 얻었다. 가끔 애드리브로 칠 수 있을 정도로. 하하하. 사실 초반에는 애드리브에 관해서도 엄청 고민했었다. 자칫 민폐가 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감독님과 형님들이 계속 용기를 북돋아 주셨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긴장감이 사라지고 나니 더 편안하게 춘모 역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소통하는 재미가 있던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이 처음이라서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배우 강동원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 형이 ‘보안관’의 대본 분석부터, 리딩까지 함께 해줬다. 아무래도 형이 경험이 많다 보니 보는 눈부터가 다르더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평소 배정남을 아끼는 게 느껴졌다. 인터뷰 때마다 칭찬을 했었는데
- 앞에서는 그런 얘기 안 한다. 하하하. 우리가 부산 사람들이라 서로 낯간지러운 소리는 못 한다. 그래도 뒤에서 칭찬해주니 되게 고맙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으로 영화며, 배정남까지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하하하.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뿐인데. 영화에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항상 ‘보안관’ 팀에 고마운 마음이다. 배운 것도 많고.
평소 성격이 긍정적인 것 같다
-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공장 일이며 막노동까지 안 해 본 것도 없고, 모델로 데뷔하고 나서는 같이 일하던 매니저가 도망을 가 패닉을 겪기도 했다. 당시 제 나이가 25살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지 싶다. 만약 어릴 때 제가 성공을 거뒀다면 한 번 무너지면 정말 회생불능이었을 것 같다. 남들이 겪을 걸 빨리 겪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전에는 성공하려는 마음에 늘 초조하고 불안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즐겁고 편안하다.
이제 춘모 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 여러 가지 있다. 격정 멜로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맡아보고 싶고 스릴러도 해보고 싶고…. 변신하는 게 참 재밌더라. 제가 또 눈물 연기도 되니까. 하하하.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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