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이제 고사리철 막바지라서 이번 주말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려는데, 진드기 질환이 걱정돼요."
주말마다 고사리 채취에 나서는 데다가 평소 밭일을 자주 하는 주부 황모(56·제주시)씨는 최근 야외활동을 하다가 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 사망한 사례를 보고 걱정이 많아졌다.
황씨는 밭일을 하러 나갈 때 더워서 땀이 나더라도 긴 팔, 긴 바지, 토시, 모자 등을 착용하고 최근에는 약국에서 진드기 기피제도 사서 갖고 다니며 수시로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사리철이자 봄나들이철을 맞아 제주에서 숲이나 오름으로 나서는 사람이 늘어난 가운데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에 사는 A(79) 할머니가 고사리 채취 등 야외활동을 한 뒤 지난달 29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A할머니는 입원 이튿날 입원 중 고열, 혈소판 감소 등의 증세를 보였고 제주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SFTS 양성 판정을 받았다. A할머니는 증상이 악화해 지난 4일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5일 뒤인 지난 9일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기능상실로 숨졌다.
제주에서는 최근 들어 2013년 6명, 2014년 7명, 2015년 9명, 2016년 8명의 SFTS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013년 4명, 2015년 1명이 사망했다.
전국적으로도 2013년 36명(사망 17명), 2014년 55명(사망 16명), 2015년 79명(사망 21명), 2016년 169명(사망 19명) 등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4년간 339명이 SFTS에 감염돼 73명이 사망, 치사율이 21.5%에 달한다.
SFTS 감염자 중에는 50대 이상의 농업·임업 종사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SFTS 사례를 봐도 환자들은 밭일을 자주 하거나 가축을 기르는 등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벌초하다가 진드기에 물린 경우, 휴양림에 산책하러 자주 나가는 경우 등도 있었다.
게다가 국내에서 SFTS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SFTS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제주에서 SFTS 바이러스의 '가족 간 감염' 사례가 확인돼 학계에 보고된 바도 있다.
제주에서도 SFTS를 매개하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곶자왈이나 숲, 오름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제주도가 작은소피참진드기의 서식 밀도를 조사한 결과 도내 39개 지점에서 ㎡당 총 361마리가 발견됐다.
제주올레 3코스의 통오름에서 ㎡당 35마리, 제주올레 11코스의 곶자왈 둘레길에서 28마리, 무릉리 인향동 올레 11코스에서 25마리, 동광리 4·3유적지에서 20마리 등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일부 올레길과 오름, 야영장 일대에서 작은소피참진드기의 서식이 확인됐다.
SFTS 외에도 제주에서는 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쓰쓰가무시병 환자가 최근 급증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웹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쓰쓰가무시병 환자는 총 144명으로, 2015년(67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제주지역 쓰쓰가무시병 환자는 2011년 60명, 2012년 76명, 2013년 62명, 2014년 60명 등 최근 5년간 한해 60∼70명 정도 발생하다가 지난해 급증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질병을 예방하려면 농작업이나 등산 등을 할 때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특히 SFTS의 경우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진드기를 피하려면 숲이나 풀밭 등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팔, 긴바지, 모자 등을 착용하고 바지는 양말 속으로 넣어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밭 위에 앉거나 누울 때는 반드시 돗자리 등을 깔고 앉아야 한다.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진드기 기피제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야외활동 후에는 밖에서 입었던 옷을 털고 나서 반드시 세탁하고, 목욕도 깨끗이 해야 한다.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만약 진드기에 물린 경우 핀셋 등으로 진드기를 깨끗이 제거한 뒤 물린 부위를 소독하는 것이 좋다.
진드기에 물린 뒤 고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도 관계자는 "작은소피참진드기 서식 밀도를 조사해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방역 소독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며 "SFTS를 비롯해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인 만큼 야외활동을 할 때는 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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