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실리콘밸리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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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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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혁신 1번지 실리콘밸리. 1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지만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입국심사에서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입국심사장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이곳을 통과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으로 입국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테러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을 포함한 38개 비자면제국에도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가 자국민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전문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H1B) 심사까지 엄격화하면서 실리콘밸리 IT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에는 전 세계에서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경쟁을 펼치기 위해 모여든다. 지적이고 대담하지만 가진 것은 야심뿐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통적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고 연줄이 필요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선 돈과 연줄 없이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왔다. 돈 한 푼 없이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으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기업을 세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사람들은 이런 환경이 혁신을 일으키는 힘의 원천이라 믿는다. 강한 미국을 만들고, 수많은 도전자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다양성에 대한 관용과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가 혁신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과거 2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벤처기업의 절반은 이민자들이 창업했다. 유니콘이라 불리는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도 그 절반이 이민자가 창업자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블린은 러시아 출신이고, 차량공유 업체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도 캐나다 출신이다. 테슬라 자동차를 탄생시킨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이며,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를 설립한 피에르 오미디아르는 프랑스 출신이다. 세계 최대 그래픽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와 야후도 대만 출신 이민자들이 설립했다.

이들 모두 실리콘밸리가 키워낸 재능 넘치는 이민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 각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2006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25%가 이민자들의 창업으로 이뤄졌으며, 그것이 2013년에는 33%까지 증가했다.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에 모여들었다고 그들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독차지한 것도 아니다. 그들과 경쟁하며 자극을 받은 미국인들은 오히려 그 긴장감을 토대로 실력을 더 키웠다. 미국인들은 이들과 경쟁하며 도전정신이라는 씨앗을 사회 전체에 뿌리고 다닌다.

실리콘밸리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 혁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으로 우수한 인재의 유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그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미국의 경쟁력도 약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창업하는 벤처기업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창업의 성지였던 실리콘밸리에서 더 이상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양성에 대한 관용의 중요성은 실리콘밸리가 그동안 일궈온 결과와 경험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지만, 트럼프는 테러 예방과 자국민의 일자리 확보를 내세우며 실리콘밸리가 무엇보다 중시해온 혁신의 가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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