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출신 가수 수십억 도박에 '피의자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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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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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지법, 징역 1년 선고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수십억원대 도박을 하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인에게 대신 조사를 받게 해 '피의자 바꿔치기'까지 한 가수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허미숙 판사는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 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가수 정진우(3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정씨의 부탁에 따라 경찰에 자신이 도박했다고 허위 자백한 혐의로 기소된 권모(48)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정씨는 공중파 방송의 가수 경연 프로그램 등에 잇따라 출연해 적잖은 인기를 모았다.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인터넷 사설 토토 사이트에서 1천500여차례에 걸쳐 총 34억8천여만원의 판돈을 걸고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2014년 불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이 가수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권씨에게 허위로 조사를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권씨는 처벌이 세지 않을 것이라는 정씨 말에 대신 피의자가 돼주기로 했다. 그해 8월 18일 경찰에 출석해 자신이 정씨 명의 계좌를 빌려 인터넷 도박을 했다고 허위 자백했고, 약식재판에 넘겨져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씨의 도박은 계속됐고, 지난해 8∼9월에는 직접 도박사이트를 인터넷에 홍보하는 '총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경기 분석과 함께 해당 도박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글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채팅으로 사이트를 안내했다. 한 달간 유치한 회원은 200여명에 달했고, 정씨는 그 대가로 2천여만원을 벌어들였다.

도박에서 시작해 범인도피 교사, 도박장 개장 범행까지 저지른 정씨는 경찰에 검거되자 "연예인인데 생활이 어렵다. 품위유지비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허 판사는 "정씨가 2007년 인터넷 도박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는데도 장시간 거액의 도박을 해온 점, 처벌을 피하려고 권씨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도록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일정 기간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정씨가 모두 자백하며 깊이 반성하는 점, 가족과 지인이 간곡하게 선처를 탄원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hs@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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