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연장전 패배로 눈물을 훔쳤던 새내기 김지영(21)이 1년 사이 확 달라졌다. 당시 상대는 ‘대세’ 박성현(24). 대표적인 장타자인 박성현을 상대로 준우승에 그쳤지만, 더 값진 소득이 있었다.
김지영은 데뷔 시즌을 마친 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근육량이 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체중 5kg이 불었고, 비거리는 20야드가 늘었다. 김지영은 “7번 아이언으로 쳐야 할 거리를 9번으로 잡아도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며 “다른 선수들보다 더 멀리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적으로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김지영은 국내 장타자 ‘넘버3’다. 올해 8개 대회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1.65야드. 이나경(27·269.05야드), 김민선(22·263.45야드)에 이어 장타 부문 랭킹 3위다. 김지영은 “이나경 언니는 절대 못 따라가지만, 김민선 언니는 해볼 만하다”고 너스레까지 떨 정도다.
김지영이 달라진 건 비거리 증가뿐이 아니었다. 프로 2년 차가 되면서 루키 시절의 긴장감도 사라졌다. 김지영은 “작년에는 솔직히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루키라서 모든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며 “올해 초반 컷탈락을 해도 다시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고, 작년만큼 할 생각에 부담감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내려놓으니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이번 대회 우승까지 우승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리더보드도 보지 않아 우승이 확정된 순간 자신의 우승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김지영은 “마지막 홀에 파 퍼트를 놓쳐서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더 공격적으로 후회 없이 질러 보려고 했는데…. 내가 우승이라고 하더라. 너무 기뻤다”며 수줍게 웃었다.
올 시즌 새롭게 호흡을 맞춘 캐디의 든든한 믿음도 한 몫 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흔들릴 때마다 확신을 안겨준 조력자였다. 김지영은 “우승 욕심도 없었고, 캐디 오빠와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풀면서 경기를 한 결과가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대회 우승 샷이 된 17번홀(파5) 칩-인-버디도 공격적인 자신감과 자신의 샷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지영은 “어프로치샷도 내리막이 심하고 까다로웠는데, 깃대를 맞고 강하게 들어갔다. 그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며 “그때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느낌으로 이것 때문에 우승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지영은 올 시즌 목표를 3승으로 잡았다. 그 배경도 역시 자신감이었다. 이제 목표에 한 발 다가가 첫 단추를 끼었다. 김지영은 “이제 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퍼터도 확실히 더 좋아지긴 했다. 자신감이 붙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린 주변 쇼트게임을 더 많이 연습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생애 첫 우승과 함께 무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김지영의 최종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이다. 김지영은 “LPGA에 꼭 가고 싶다. 코스도 나와 맞는다고 생각한다. 꼭 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경쟁을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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