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철학 맞는 인물로 교체해야" vs "법적임기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선임된 공공기관장 3명 중 2명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인물이 새로 공공기관을 이끌어야 한다는 '물갈이' 필요성이 제기되곤 해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에는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교체된 데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보니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공공기관장 교체가 '보은 인사'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또 다른 낙하산 인사로 교체하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공공기관장 66% 잔여임기 1년 이상 남아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 산하 332개 공공기관에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은 218명으로 전체의 65.7%를 차지했다.
앞으로 임기가 1년 이상 2년 이하 남은 기관장은 81명, 2년 이상 남은 기관장은 91명, 중간에 특별한 교체가 없으면 임기가 보장되는 기관장이 46명이다.
임기가 1년이 남지 않은 기관장은 88명, 임기가 종료됐지만, 아직 새로운 기관장을 선임하지 않아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18명, 공석 상태가 8명이다.
[표] 잔여임기별 공공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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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잔여임기(년) │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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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석 │ 8│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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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18 │ 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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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하│ 88 │ 2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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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 81 │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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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91 │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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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체없으면 임기보장 │ 46 │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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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계 │ 332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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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자리가 공석인 곳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문형표 전 이사장과 송성각 전 원장이 구속되며 자리가 빈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 220명 가까운 인물은 현 정부에서도 1년 이상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공공기관들 내부에선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임기 전이라도 기관장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지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공공기관장은 보통 정부 각 부처 장관이 임명하거나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대다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역할도 정부·지방자치단체와 보조를 맞춰 조사·연구 등을 통해 각종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 박근혜 정부 수석·비서관·장·차관 포진
그러나 지금의 공공기관장 중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거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일하거나 정부 장·차관을 비롯해 전 정부의 국정운영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현정택 원장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역임했고 재외동포재단 주철기 이사장은 외교안보수석,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최성재 원장은 고용복지수석으로 일하며 전 정권의 정책 추진에 앞장선 인물들이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 백기승 원장은 국정홍보비서관, 한국에너지공단 강남훈 이사장은 지식경제비서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민무숙 원장은 여성가족비서관 등으로 일했다.
[표] 박근혜정부·새누리당 출신 주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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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기관장│ 박근혜정부 주요 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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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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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동포재단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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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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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진흥원│백기승│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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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너지공단 │강남훈│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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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민무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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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로공사 │김학송│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유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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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적십자사 │김성주│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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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고용노동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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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박보환│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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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장정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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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안전공사│이상권│ 새누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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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몸담거나 18대 대선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하며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도운 인물들도 공공기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과거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인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은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유세본부장을 맡았고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는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이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 박보환 이사장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장정은 원장,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상권 사장 등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원장을 비롯해 장·차관과 고위직 공무원 출신들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 "국정철학 공유 인물로 바꿔야" vs "임기 보장해야"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공공기관장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측의 주장이다.
보수 정권에서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총괄하던 인사들이 공공기관장과 감사, 임원 등의 자리에 앉아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이에 맞춰 속도감 있게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공공기관 중 하나인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법으로 정해진 임기를 무시하고 성과를 무시한 채 쫓아내듯 공공기관장을 바꾸는 것은 조직의 독립성과 업무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물갈이 인사가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목적보다는 대선 이후 논공행상을 위한 '보은 인사' 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향후 발표할 공공기관 경영 평가 결과를 토대로 공공기관장 인사 폭이 정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철학 간격이 크고 전 정권의 색채가 짙은 인사들에 대한 부분 물갈이 인사 전망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장 임기가 아직 꽤 남았지만, 조직 안팎에서는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바뀐 만큼 전 정권에서 역할을 했던 기관장도 결국 바뀌지 않겠느냐고 예상하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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