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자는 논의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인력운용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각종 해상구조물 및 대형선박을 예인하는 사업인 예선업계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15일 "예선업은 업무 특성상 365일 24시간을 일해야 하고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어 지금도 2교대, 3교대로 운영하면서 겨우 맞추고 있다"며 "근로시간을 줄이면 결국 인건비가 늘어날 텐데 회사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있는 것이지 근로자들을 위한다고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근로자는 어디로 가느냐"며 "기업이 적응할 수 있게 완충 제도를 마련해가며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고 하더라도 현실과 안 맞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어 연장근로 특례 및 할증수당 조정 등의 보완조치를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대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인력운용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산업현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등 제도적 완충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근로자들은 사용자들과 다른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현재 시행중인 주당 68시간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만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황모(37)씨는 "근로시간이 줄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추가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니 전체 인력의 연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람이 늘고 연봉이 줄어도 작은 업체일수록 일이 경감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황씨는 "주 52시간 근무가 확실하게 지켜진다면 줄어드는 급여를 충당할 다른 일을 계획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고 말했다.
운수업계 대기업에서 일하는 최모(36)씨도 "주당 52시간만 일하면 소원이 없겠다"면서 "이런 정책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같다"고 평가했다.
최씨는 "지금도 야근과 주말출근이 근로시간으로 잡히지 않는다"며 "최근 주말에 출근했더니 '단순방문'으로 처리하겠다는 공문이 왔다"고 전했다.
최씨는 "많을 때에는 주 100시간을 넘겨 일한 적도 있지만, 기록으로는 법에 맞게 68시간으로 수정하던데, 앞으로는 52시간에 맞춰줄 걸 생각하니 걱정된다"며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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