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은 프로농구의 산증인이다.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 무대에 도전한 주희정은 KBL 출범 두 번째 시즌인 1997-1998시즌부터 무려 20시즌 동안 정상급 가드로 코트를 누볐다. 프로농구에서는 보기 드문 연습생 신화의 첫 주인공이기도 하다.
주희정은 20시즌 동안 정규리그 1029경기에 출전해 평균 30분 28초를 뛰며 8.3점 3.3리바운드 5.2어시스트 1.5가로채기를 기록했다. 통산 기록은 더 대단하다. 주희정은 KBL 통산 출전경기(1029경기), 어시스트(5381개), 가로채기(1505개) 등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통산 득점(8564점)과 리바운드(3439개) 5위, 3점슛 성공(1152개)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또 주희정은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해 플레이오프(PO) 무대도 81경기나 밟았다. 1997-1998시즌 신인상을 받은 주희정은 2000-2001시즌에는 삼성에 우승을 안기며 PO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2008-2009시즌 정규리그 MVP, 2013-2014시즌 우수후보상, 2015-2016시즌 이성구기념상(모범선수상), 베스트5 4회, 수비5걸 3회 등을 차지하는 등 전 부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주희정은 20시즌을 치르면서 결장한 경기가 단 15경기밖에 없는 말 그대로 ‘철인’이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마지막이 된 2016-2017시즌 삼성을 6강 PO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
떠날 것같지 않던 코트와 작별한 주희정은 이제 네 아이가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아직 진로는 정해지지 않았다. 주희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농구선수 생활을 마감했다는 것이 아직 실감 나진 않는다. 선수 생활을 건강하게 마친 것에 대해 팬과 구단 관계자 모든 분께 감사한다"며 "1000경기 넘게 뛰어오면서 쌓은 나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도록 지도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펼칠 코트 밖 농구인생 제2막도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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