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총선 승리 이끌어 권력기반 다지기 포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새정부 조각 작업을 통해 전후 프랑스 정치를 사실상 분점해온 거대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을 뿌리째 뒤흔들어놓고 있다.
내달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권력기반인 신당의 공천자 명단에 집권여당이었던 사회당 현역의원 24명의 이름을 올린데 이어 야당인 공화당의 40대 초선 의원 겸 르아브르 시장을 총리로 전격 지명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의석이 없는 신당을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 여당으로 탈바꿈시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은 한마디로 양대 정당을 '분열시킨 뒤 정복한다'는 것이라고 현지의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 인사 중에서도 알랭 쥐페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에두아르 필리프(46) 르아브르 시장을 총리로 깜짝 발탁하자 프랑스 정가는 대대적인 정계 지각 변동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공화당 최대계파 중 하나인 쥐페 계열 의원들이 필리프의 입각을 계기로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로 당적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쥐페 계파는 공화당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계파와 함께 최대 정파를 이루고 있다. 강한 보수우파성향의 사르코지 계파와 중도성향의 쥐페 계파가 서로 갈등관계에 있다는 것을 간파한 마크롱 대통령이 쥐페 쪽을 흔들면 공화당을 '반 토막' 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당 앙마르슈는 대선 레이스에서 승기를 굳힌 뒤 곧바로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들을 상대로도 물밑 영입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인 에두아르 필리프가 총리로 지명되면서 공화당의 쥐페 계파가 대거 마크롱의 신당 측에 합류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쥐페 계파가 그동안 신당 또는 새 정부 합류 조건으로 총리 자리를 요구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최근 르몽드에 "우리는 우파 전체를 뒤흔들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의 압박에 코너에 몰린 공화당 지도부는 신당 합류 가능성이 큰 쥐페 계파 의원들을 상대로 단속에 나섰다.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루앵 공화당 총선대책위원장 등은 의원들을 일일이 접촉하며 당 잔류를 호소하고 있다.
바루앵은 16일에는 BFM TV에 출연, "마크롱이 하는 것은 정치 개혁이 아니라 정치를 폭파하는 것"이라며 마크롱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한 뒤 자신이 마크롱 정부의 총리로 들어가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를 꾸린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필리프가 총리에 오르면서 이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공화당 의원들이 마크롱 내각이나 신당의 총선후보로 대거 합류하면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에 제2당 지위까지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과 함께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중도좌파 사회당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이번 대선에서 당 대선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은 6%를 득표하는 데 그치면서, 20%에 가까이 얻은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에도 한참 못 미치는 5위에 머물렀다.
여론조사들에서 사회당의 총선 지지도는 6∼7% 수준에 불과해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의회에서 사회당은 과반 정당이었다.
해리스 인터랙티브의 11일 발표 여론조사를 보면, 1위는 신당 앙마르슈-민주운동당(Modem) 연합으로 29%의 지지율을 얻고 있고, 공화당-민주독립연합(UDI) 연대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각각 20%로 공동 2위다. 장뤼크 멜랑숑의 급진좌파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14%로 4위를 달리고 있다.
16일 오후(현지시간) 발표되는 내각에는 사회당 소속 정치인들이 다수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각료 중 사회당 출신의 중량급 인사로는 장이브 르드리앙 전 국방장관,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특히 드르리앙은 15일 에두아르 필리프 신임 총리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져 그가 전 정부에 이어 계속 국방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회당 지도부는 한때 사회당 정부의 경제장관이었던 마크롱 대통령과 신당의 공격적인 행보에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사회당은 방송에서 "사회당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신당의 공천을 받고 싶다고 밝힌 마뉘엘 발스 전 총리를 공천하지 않는 대신, 발스의 지역구에 총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이를 두고 당을 공공연히 '배신'한 중량급 인사를 제대로 징계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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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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