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정규직 전환 실태…발 빠른 은행 vs '꼼수' 적용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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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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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건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윤주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놓은 가운데 금융권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 단계인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공공기관은 '소속 외 인력'을 늘려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일반사무직원과 창구직원 300여명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그동안 정규직 채용 인원의 20%가량을 비정규직 중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기계약직 전원에 대해 시험 없이 일괄 전환키로 했다. 이들은 올해 안으로 5급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IBK기업은행도 무기계약직인 창구 담당 직원 3000여명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규직 전환 TF팀을 구성하고 작업을 진행해 왔다.

기존 시중은행은 이미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다. 지난 2007년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31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도 계약직 창구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이들 은행에 남아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신한은행 550명, 국민은행 424명, 하나은행 144명, 우리은행 97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고임금 전문계약직으로 정부가 정규직화를 추진하려는 저임금 비정규직과 거리가 멀다.

농협은행은 아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 색이 짙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라며 "현재의 비정규직 인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인 '소속 외 인력'을 늘려 표면상으로만 정규직 수가 많은 것처럼 포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금융공공기관 7곳(예보·신보·기보·캠코·주금공·산은·수은)의 전체 임직원(1만1741명, 비정규직 소속 외 인력 포함) 가운데 비정규직(476명)은 4.05%다. 각 공공기관별로 살펴보면 주금공 12.32%, 예보 12.11%, 수은 5.38%, 산은 3.28%, 신보 2.84%, 기보 1.61%, 캠코 0.59% 순이다.

그러나 소속 외 인력을 포함시키면 공공기관 7곳의 비정규직 비중은 15.94%(1871명)로 껑충 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규모를 포함할 경우 캠코 33.48%, 주금공 26.62%, 수은 20.51%, 예보 18.53%, 산은 9.63%, 신보 8.21%, 기보 8.13% 등으로 크게 늘어난다.

소속 외 인력이란 공공기관 직접 채용이 아니라 외주업체를 통해 파견·용역 등의 형태로 고용한 비정규직을 일컫는다. 이들은 임금 등 근로조건이 직접 고용 비정규직보다 열악하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결 방안이 '기관 밖' 비정규직을 양산한 점을 감안했을 때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이번 정책 역시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을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으로 한정했고, 공공기관은 이 틈을 파고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없는 소속 외 인력을 늘려왔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때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면서도 "소속 외 인력의 직무 등에 대해 서면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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