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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 그 속의 고려인과 한류… 박영철 IYF 카자흐스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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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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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0월, 구 소련의 극동지방 연해주에서 하루아침에 화물열차에 실려 장장 40여 일을 이동한 17만 명의 한인들은 카자흐스탄의 작은 도시 우쉬토베 황량한 벌판에 내던져졌다.

6천 5백 킬로미터를 달려오는 동안 시베리아 벌판의 추위와 굶주림, 질병을 이기지 못해 주로 어린아이와 노약자 2만 여명이 희생됐고, 그 해 겨울, 영하 30도의 강추위를 땅굴 속에서 견디며 다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에 이주한 한인, 고려인의 역사는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봄부터 고려인들은 삽과 곡괭이로 수로를 만들어 황량한 벌판에 물을 끌어들이고 논농사를 시작했다.

고려인들에 의해 처음 시작된 논농사는 카자흐스탄을 소련 연방에서 가장 넓은 논을 가진 나라로 바꾸었고, 이전까지 유목 생활밖에 모르던 카작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어놓았다.

중앙아시아의 거인으로 불리는 카자흐스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고, 그 넓이만큼이나 무궁한 천연자원을 가진 중앙아시아의 맹주이다.

우스갯소리로 화학시간에 배운 원소주기율표의 모든 광물질이 매장되어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 특히, 원유 매장량이 세계 11위,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2위로 중앙아시아 발전을 이끌고 있음과 동시에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120개가 넘는 민족이 사는 다민족 국가이다. 물론 65%의 카작인과 23%의 러시아인이 주를 이루지만 우즈벡, 우크라이나, 독일인 등이 2 ~ 3%를 차지하고 고려인은 그 중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구소련의 영향으로 카자흐스탄에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최근들어 민족 정체성의 회복을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카작 민족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려는 노력과 함께 카작어를 모르면 공직사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런 카자흐스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 문화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카자흐스탄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형 쇼핑몰에서 공연되고 있는 사물놀이[사진=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한 번도 가 본적 없고 교류도 거의 없다시피 한 나라이지만 드라마와 음악에 깔려있는 한국의 독특한 정서가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학교 다닐 때, ‘꽃보다 남자’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구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한국 사람의 예의 바른 모습과 부지런한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셀, 26세/ 아스타나 거주)

한국 드라마들이 연이어 소개되고 아이돌 가수들이 카자흐스탄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하는 등 한국 대중 문화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 당장 눈에 띄는 현상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를 단순히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문화로 인해 그들의 삶이 바뀌고 미래가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류가 한창이던 2010년, 중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수도 아스타나에 문을 연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에는 한국어 수업을 비롯해 한식, 한복, 전통음악 등 고유한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강좌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중국어와 함께 제 2 외국어로 가장 선호하는 언어가 되었다.

“처음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 문화원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있고, 한국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토미리스, 17세/ 아스타나 거주)

“저는 2013년에 인턴쉽으로 한국 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한복이 너무 예쁘고 좋은데 가끔 한복을 입고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합니다.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고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아라일름, 25세/ 아스타나 거주)

한복패션쇼[사진=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1937년,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은 1%도 안 되는 소수민족이었지만 카자흐스탄의 유목 문화를 농경문화로 바꾸었다. 그리고 2017년, 다시 한국의 문화가 중앙아시아 젊은이들의 마음을 바꾸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나라, 카자흐스탄은 결코 우리와 먼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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