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하늘코스(파72·7030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째날 정한밀은 16번홀(파3·167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을 그대로 컵으로 떨어뜨리며 행운의 홀인원을 거뒀다. 공식대회에서 첫 홀인원을 기록한 정한밀은 부상으로 1억 600만원 상당의 '재규어 F-PACE'를 받게 됐다.
정한밀은 “함께 경기한 김성근 선수와 농담 삼아 한 번에 넣을 거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들어갔다” 고 웃으며 말한 뒤 “슬라이스 맞바람이어서 6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을 했는데 핀 방향으로 똑바로 갔다. 들어가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그린에 내 공이 없어 컵을 보니 그 안에 내 공이 있었다. 너무 기뻐 소리를 질렀다” 고 설명했다.
올 시즌 신인왕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족 모두가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국내 정상 선수들도 미국 진출을 위해 웹닷컴투어(2부투어)부터 시작하는데, 이왕 미국 무대를 목표로 할거라면 미국으로 바로 가자고 생각했었다” 고 정한밀은 말했다.
하지만 운명은 다른 방향으로 정한밀을 이끌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그는 ‘PGA투어 차이나’ 시드를 얻어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대회에 출전하던 중 한 대회가 연기돼 잠시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때 사건이 벌어졌다.
“형이 지인들과 함께 축구를 하자고 했다.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축구를 했는데 그때 다리가 부러졌다. 중국도 미국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로리 매킬로이도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주변에서 ‘네가 매킬로이냐.’ 라는 말도 들었다” 고 전했다. 정한밀은 담당의사로부터 1년 간 쉬면서 재활을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후 정한밀은 주변의 권유로 KPGA 챌린지투어(2부투어)에 출전하면서 국내에 정착했고 지난 해 KPGA 코리안투어 QT를 공동 10위로 통과하며 올 시즌 투어카드를 얻었다.
선천적으로 심장 판막에 구멍이 생기는 심장병을 앓았던 정한밀은 6살 때 심장 수술을 하기도 했다. 추가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목사이신 아버지가 고향인 전남 여수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계셨다. 수술한 이후 그 곳에서 좋은 공기와 깨끗한 자연을 벗삼아 지냈더니 많이 회복됐다. 추가 수술은 하지 않았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이후 일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솔직히 한국에서 상반기에 상금을 많이 획득하면 일본 진출을 생각하려 했는데 이렇게 홀인원을 해 부상까지 받으니 일본 진출을 노려보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고 너스레를 떤 뒤 “앞으로 오랫동안 골프를 하고 싶고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 각오를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