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부터 트럼프까지 미디어 자문…성희롱 추문끝 불명예 퇴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의 보수 성향 뉴스채널 폭스뉴스(FoxNews) 공동설립자 로저 에일스가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폭스뉴스가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폭스뉴스는 이날 에일스의 부인 엘리자베스의 성명 발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에일스는 지난해 꼬리를 문 성희롱 의혹과 고소 사건으로 폭스뉴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폭스뉴스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진행자 션 해네티는 부고가 전해지자 "오늘 미국은 위대한 애국 전사 중 한 명을 잃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오하이오대학 방송국에서 방송 일을 시작한 에일스는 클리블랜드와 필라델피아 등에서 지역방송인 KYW-TV 프로듀서 등으로 경력을 쌓았고, 1960년대 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디어 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는 '공화당의 TV뉴스 플랜' 보고서를 들고가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도 일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선거 캠페인 자문역을 맡는 등 공화당 거물급 정치인의 미디어 조력자로서 워싱턴 정가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도 TV 토론을 비롯해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수 성향 거대 TV 조직의 설계자로서 정치 후보자들을 할리우드 셀레브리티(유명인사)처럼 대중에게 잘 팔리게끔 하는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애초 우익 라디오 토크쇼였던 폭스뉴스를 거대 TV 채널로 키운 그는 민주당 쪽에서는 '뉴스 조작자'로 비판받았으나 공화당엔 '필수적인 균형추'로 인식돼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1993년 CNBC 회장을 맡았던 그는 1996년 머독의 제의를 받고 폭스뉴스 설립자로 옮겨왔다. 이어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2005년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공평함과 균형잡힌 뉴스'를 모토로 내세워 폭스뉴스를 CNN, MSNBC와 경쟁하는 뉴스채널 '빅3'로 키웠다.
방송가에서 그의 타고난 운영 능력과 시청률 경쟁 전략은 워싱턴 정가에서 '검은 천재', '선전 기계의 지배자'라는 별칭을 얻게 했다.
그러나 에일스는 말년엔 각종 성희롱 스캔들에 휩싸여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내려왔다.
전직 폭스뉴스 앵커 그레천 칼슨한테서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해 2천만 달러(226억 원)의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고, 이어 메긴 켈리, 줄리 로긴스키 등 여성 앵커와 전직 직원 등 6명에게서 추가로 고소당하거나 여러 가지 성희롱 혐의를 받았다.
에일스의 회장직 사임은 역시 성희롱 사건에 휘말린 폭스뉴스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의 퇴출로도 이어졌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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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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