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자가 왔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마크 주식을 사면 곧 대박이 난다는 거다. 시각은 이달 12일 오후 2시 24분. 주식시장 마감이 한 시간 넘게 남았다. 에스마크 주가를 봤다. 종일 내리기만 하더니 단박에 강세로 돌아섰다. 거래량도 연중 최대다. 거의 9400만주에 달했다. 상장주식을 다 합쳐도 4400만주에 못 미치는 종목이다. 올해 들어 일평균 거래량은 600만주 남짓에 그쳤다.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적지 않은 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거다. 문자가 온 후 주가는 2640원까지 뛰었다. 그렇지만 종가가 2285원으로 되밀렸다. 결국 종가가 고점보다 13% 넘게 빠졌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160억원 가까이 날아갔다. 치고 빠진 거다. 장 마감을 한 시간쯤 남기고 벌어진 일이다.
겁이 없다. 사흘 후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정확하게는 15일 오전 9시 27분. 이번에는 진짜 랠리를 시작하니 매수에 들어가란다. 그날 저가가 고가보다 23% 가까이 낮을 정도로 변동성이 컸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투자자가 많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그날 필룩스 주가는 떨어졌다. 변동성도 컸다. 저점이 고점보다 18% 가까이 낮았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최대 260억원이 오르내렸다. 이러는 과정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거래량이 하루에만 3200만주를 넘었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은 90만주도 안 됐었다. 그날 역시 많은 투자자가 당했을 거다. 그래도 부자아빠는 아랑곳없다. 더 집요해졌다. 이제 하루에 서너 차례씩 문자가 온다. 모두 주식을 사면 돈방석에 앉는다는 얘기다.
장난이 너무나 심하다. 누구라도 작전세력을 의심할 거다. 그렇지만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흔한 조회공시 요구조차 없었다. 충분히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다. 반드시 경고음이 울렸어야 한다. 누가 봐도 수상한 거래가 며칠째 대놓고 이뤄졌다. 주식시장을 이렇게 관리하니 도박판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거다.
외국인은 우리 주식시장을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해왔다. 코스피 주식만 겨우 산다. 코스닥에는 손도 안 댄다. 주가가 도박판처럼 널뛰니 어떤 해외펀드가 주식을 사겠나. 악순환 고리만 커진다. 코스닥 우량주가 코스피로 떠나고 있다. 먼저 네이버가 그랬다. 다음카카오도 곧 옮긴다. 잡을 명분이 없다. 이성적인 투자자가 외면하는 시장에 누가 남고 싶겠는가. 작전세력이 더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마치기 무섭게 강행군에 들어갔다. 안팎으로 숙제가 산더미라 어쩔 수 없을 거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나 유관기관도 바짝 긴장하고 있을 줄 알았다. 자본시장을 지키는 일을 한다면 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조 단위로 돈이 오간다. 터졌다 하면 모두 큰 사고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문자 몇 통에 수백억원이 날아갔다.
자본시장은 뒷전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을 만났다. 대화가 새 대통령에서 이낙연 총리 내정자로 넘어갔다. 그는 전북 홀대론을 언론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내정자는 전남, 그는 전북 출신이다. 물론 우스갯소리일 거다. 그렇지만 얘기를 꺼낸 것은 분명하다. 이런 말이 쌓여 걷잡을 수 없게 퍼질 수도 있다. 1년 전 총선에서도 호남 홀대론이 먹히지 않았나. 언론이 할 일은 따로 있을 거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써야 한다.
컨트롤타워는 분명하다. 금융위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도 제 역할을 했어야 한다. 특히 거래소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제때 경고만 해도 피해자가 줄어든다. 주식시장이 날마다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그래도 투자자는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는다. 왜 그렇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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