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회의로,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작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10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한은 입장에서 이전 정부 때보다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금리 결정 여부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완화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보탤지, 향후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단서를 내놓을지가 관심이다.
최근 대내외 여건을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6월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내달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연 1.00~1.25% 수준으로 한은의 기준금리와 같아진다. 한 차례 더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 새 정부 출범 효과로 경기 개선세가 강해지면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정권 초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회복세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신정부가 출범한 첫해에는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형성되면서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신정부가 추진력을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또 이 총재는 국내경제에 대해 "보호무역주의나 통상 문제, 사드 보복 등 변수도 많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대외 여건은 우호적이다"면서 "이런 기회를 잘 살린다면 2% 중반대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세를 되찾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의 관계도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한은이 빠르면 연말부터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은은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15일 은행 가계대출 통계를 발표하면서 4월 은행 가계대출이 한 달 동안 4조6000억원 늘어난 데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이는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치로, 2010∼2014년 4월 평균(2조2000억원)을 두 배 이상 웃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져 서민들이 생계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 소득분위별 이자부담 증가규모 시산치'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0.50%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이자부담은 각각 연간 2조3000억원, 4조6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내수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여전히 내수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생산·투자 회복으로 이어지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 등 내수는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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