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20일 '초라한' 취임 1년을 맞았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1년간 기자회견도 개최하지 않은 채 원주민 아이들을 관저로 초청하는 행사만을 조촐하게 가졌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전했다. 차이 총통은 대신 지난 19일 외신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었다. 그는 개혁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일 뿐이라는 대답으로 질문을 넘어갔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대만 매체들과의 기자회견은 생략했다.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은 지난 1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각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대만 TVBS가 차이 총통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취임 한 달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7%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20%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이는 역대 대만 총통 취임 1년 기준으로 최저치였다. 전직 총통이었던 리덩후이(李登輝·37%), 천수이볜(陳水扁·41%), 마잉주(馬英九·38%) 등의 지지율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대만 연합보는 논평에서 부당한 정책들에 국민이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차이 총통은 국민 불만에 귀를 닫았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대만 중국시보 역시 차이 총통이 오만해 인기도 하락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차이 총통의 초라한 집권 1주년은 그의 대 중국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 외교 노선을 걸으면서 지난 1년간 양안관계는 수렁에 빠졌다. 중국은 자국민의 대만관광을 비공식적으로 금지시켰고, 이로 인해 대만의 관광업과 내수가 타격을 입었다. 또한 중국과의 무역액이 감소하면서 경제에 충격이 가고 있다. 올 1분기 대만 민간투자증가율은 전년(3.12%)보다 뚝 떨어진 1.85%에 그쳐 5년 만에 최저치에 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보다 소폭 증가한 1.9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교무대에서도 대만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서부의 소국인 상투메프린시페가 일방적으로 대만과 단교하고 닷새 만에 중국과 수교를 맺었으며, 대만은 수교국이 21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대만은 남향정책을 채택해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부딪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만 단장(淡江)대 왕쿤이(王崑義) 국제관계·전략학 교수는 "차이 총통이 양안 간 교착 상태를 풀 방안을 찾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더 온건한 기조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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