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확산되면서 비리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공수처 신설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넥슨 주식을 공짜로 매입해 도마에 오른 진경준 전 검사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를 겪으면서 공수처 신설에 대한 여론 지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 등 사정당국에 영향을 행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비대한 검찰권을 줄이고 견제하는 방향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 대부분이 찬성할 것이다. 나도 적극 지지한다"면서 "문제는 이 기관조차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는 말로 검찰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설치 법안 3건(노회찬, 박범계·이용주, 양승조 의원 안)은 모두 공수처의 인적 구성을 수사를 지휘·감독할 처장과 처장을 보좌할 차장,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갖는 특별검사, 일선에서 수사활동을 벌일 특별수사관으로 구분한다.
구체적인 조직 규모에 대해서는 각 법안이 차이를 보이지만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 박범계·이용주 의원 안은 20명의 특별검사를 제시하고 있다. 특검 규모에 맞춰 40여명의 특별수사관과 30여명의 행정지원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100여명의 인력이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특별검사 20인 규모는 서울고검을 제외한 일선 고등검찰청과 유사한 규모다.
공수처 신설은 1996년 당시 야권에서 처음 거론됐으며, 이후 20여년 동안 모두 8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렇듯 공수처 신설 현실화에는 적잖은 난관도 상존한다. 특히 정치권에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수처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입장으로 찬성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이 제 기능을 살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 바른정당은 공수처 설치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검찰과 경찰의 기능으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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