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문재인 대통령은 왜 윤석열을 발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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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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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주의 단심가는 애틋하지만 안타깝다

  • -항명이 국민을 위한 사법정의 차원이길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조직에선 항명의 아이콘이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이었을 때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에 불응하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붙은 낙인이다. 검찰 조직에서 항명은 곧 아웃(out)이다. 윤 지검장도 이 일로 지방근무를 전전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이러니하지만 같은 이유로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사를 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혔을까.

국정원 댓글 사건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박근혜 당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트위터 등에서 댓글을 조작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야당 후보로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정적이자 절대권력이었던 박근혜 전 정권에 불복하고 당시 사건 수사를 밀어부쳤던 윤석열 지검장이 문 대통령의 눈에는 예뻐보였을 법도하다.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부가 내세울 상징으로 적합했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선택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윤 지검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보여줬던 검찰 직분에 대한 철학이다.

댓글 사건 수사를 밀어부쳤단 이유로 팀장 직무에서 배제된 후 윤 지검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직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사랑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에 충성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직속상관에 대한 항명과 검찰에 대한 조직애는 별개란 것이다.

훌륭한 개인과 훌륭한 조직원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개인을 가르는 기준인 이타심은 훌륭한 조직원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써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다른 조직과 갈등 관계에 있는 조직 내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른 조직을 배려하는 이타심이 자칫 자기 조직의 동료들에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기조직에 철저하게 이기적인 것이 훌륭한 조직원의 자질이 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이 집중된 조직일수록 다른 조직에게 배타적이며 상명하복 문화를 갖게 되기 쉽다. 권력을 지키고 나눠갖는 이너서클을 유지하는 게 개개인의 이기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입장에서 윤석열 지검장은 훌륭한 조직원은 아니었다. 원칙을 앞세워 항명을 했으며 그 일이 당시 야당에게는 여당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지검장이 말한 조직애는 무엇일까. 

우리는 '충신은 두 왕을 모실 수 없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없다'는 전통적인 충신과 열녀의 상을 배우고 자랐다. 때문에 지존에 대한 충성과 애국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재 역사적으로 많은 위인들의 애국심은 왕에 대한 충성이란 옷을 입고 발현됐다. 그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왜곡된 애국심은 많은 경우 불행한 역사의 단초가 됐다. 부패한 고려왕조에 등을 돌리지 못한 정몽주의 단심가는 애틋하지만 안타깝다.

애국의 대상이 왕조가 아니라 백성이었다면 정몽주가 이방원의 철퇴를 맞고 죽는 역사가 존재했을까.  

윤석열 지검장이 검찰을 사랑하는 방식은 정몽주와는 다른 것 같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적어도 직속상관이나 국가 지존은 아니다. 윤 지검장의 과거 항명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조직을 거슬러서라도 국민을 위한 사법정의 실현이란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것에 가까운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발탁한 배경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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