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북한의 21일 탄도미사일 도발은 미국의 더욱 강력한 대북 압박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 시 대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거듭 보냈으나, 북한이 전혀 아랑곳 없이 핵보유국을 향한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북한의 향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만약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힘'으로 압박하겠다는 뜻을 누차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행위를 미국이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를 시험 발사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은 사흘 뒤인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홍석현 대북 특사 방미를 계기로 북한의 체재 보장을 재확인하고 핵 포기와 대화를 거듭 종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 특사를 만나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고 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교체도, 정권 붕괴 지원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재를 보장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끊임없는 강경 발언으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었다.
또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며 북 체제 보장 등 자신의 발언을 북한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대화의 첫 관문은 의심이 걷힐 만큼 충분한 기간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홍 특사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행동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뒤로 북한과 대화를 해나가지는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도발이 계속되는 한 미국의 대북 고립의 강도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이 21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 중인 시험은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북한이 설령 미사일 능력 향상을 과시하며 대화 국면 이전의 '몸값 올리기' 꼼수를 구사하더라도 역대 정부처럼 말려들진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미 외교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간에 핵보유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능력을 고도화해 앞으로 수년 내에 실전 배치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이든 미국의 독자제재이든 간에 북한을 향해 뭔가를 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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