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문화도시 낭트의 한국문화 전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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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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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출신 보데즈 대표와 국악인 이정주 예술감독 5회째 '한국의 봄' 축제 기획
"10주년 되면 낭트성에서 한국 문화축제 성대하게 열고 싶어"

(낭트=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루아르 강 하구의 문화도시 낭트.

파리에서 차로 네 시간가량 떨어진 유서 깊은 이 도시에는 한국의 판소리와 탈춤 등의 전통연희와 서예, 한국화 등 한국문화를 '좀 아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한국의 봄' 문화축제가 매년 5∼6월이면 어김없이 도시 곳곳에서 열리며 낭트 시민들의 삶 속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올해도 낭트에선 지난 19일부터 오는 6월 1일까지 낭트시 곳곳에서 국악 콘서트, 전통악기 전시, 시 낭독회, 한국문화 세미나, 미술 전시 등 다양한 한국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다.

매년 20여 개의 전시와 공연,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고 프랑스와 한국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면서 이 축제는 매년 평균 3천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낭트의 주요 봄 축제로 자리 잡았다. 낭트 '한국의 봄' 축제협회는 프랑스 내 한국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한불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축제의 시작은 한국인 입양아 출신 미라 보데즈(45) 현 '한국의 봄' 축제의 프랑스 측 대표와 거문고 연주자인 이정주(50) 예술감독이 함께 낭트의 지인과 예술인들을 모아 2009년 열기 시작한 '한국의 밤' 행사였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갈망으로 한국에서 한국어와 국악을 배우던 보데즈 대표와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 이수자인 이정주 예술감독은 서울에서 관객과 연주자로 만났다가 의기투합했고, 항구도시에서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낭트에 한국문화를 알려보자는 데까지 대화를 진전시켰다. 결국, 이정주 감독은 새로 생긴 '동생' 과 함게 아예 프랑스 낭트로 이주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루아르 강가에 마련한 집에서 50명 안쪽으로 조촐하게 사람들을 모아 한국영화 상영회를 열었어요. '왕의 남자'를 보여줬는데 영화의 주제, 색감, 의상, 시대적 배경, 숨겨진 문화적 코드 등을 놓고 낭트의 시민과 예술가들이 와인 한잔 들고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대화하는 데 감격스러웠어요." 이정주 예술감독의 말이다.

타국의 문화예술 전통에 대한 포용성이 큰 프랑스에서도 문화도시인 낭트에서 한국문화 축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이후 '식객', '취화선' 등 한식과 전통예술을 다룬 영화들의 소규모 상영회와 이정주 감독의 거문고 연주, 이 감독이 직접 준비한 전라도 음식을 함께 내며 소규모로 열리던 '한국의 밤'은 2013년 사회적 기업 노리단(대표 류효봉)과 결합하고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낭트시에서도 다양한 행정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정주 감독과 노리단이 축제의 내용과 구성 등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면, 한국 입양아 출신 프랑스인인 보데즈 대표는 '한국의 봄' 축제의 얼굴이다.

1973년 태어나 이듬해 프랑스 노르망디의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그는 2002년 어학연수를 위해 서울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1980년대부터 가족과 함께 한국여행을 여섯 차례나 했을 정도로 부모의 깊은 사랑을 받았다.

19일 낭트의 문화공간 '코스모폴리스'에서 열린 축제 개막식에도 노르망디에 거주하는 보데즈 대표의 노부모는 개량한복을 차려입고 딸을 찾았다.

보데즈 대표는 한국문화의 어떤 점이 프랑스인의 감성을 파고드는 것이냐고 묻자 "장점이 너무 많아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한참 고민한 끝에 "뭐든지 함께 나누고 다 같이 어우러지는 것, 관객들이 참여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보데즈 대표는 이어 "유년시절부터 항상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는데 한국에서 정주 언니(이정주 예술감독)를 만나고 국악을 배우고, 또 낭트에서 한국의 봄 축제를 일궈오면서 마음이 아주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축제의 규모도 커지고 지역사회의 관심도 늘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이정주 감독은 루아르 강변의 유서 깊은 고성(故城)인 낭트 성에서 2023년 '한국의 봄' 10주년 축제를 성대하게 치르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도 낭트성에서 매년 성대하게 일본 문화축제가 열리는 걸 보고 있으면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10주년엔 한국의 지역박물관들과 함께 전시도 성대하게 기획하고 줄타기, 공연, 전통연희 전부 다 해보고 싶어요. 낭트성에서 축제를 열려면 기획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해보려고 합니다."

보데즈 대표는 "낭트에 아주 근사한 한옥을 짓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밤'을 통해 소박하게 지인들과 한국문화를 나누던 시절의 향수를 멋진 한옥을 지어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한국문화를 너무도 사랑하는 낭트의 두 한인 여성의 꿈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주목된다.

yongla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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