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하고 재벌 개혁을 주장하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공정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에 각각 임명돼 재벌개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지배구조개편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 차단을 위한 지주회사 요건 강화와 순환출자고리 해소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재벌 경영승계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편법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대기업그룹들이 그간 복잡한 순환출자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대주주들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포기할 경우 실현될 기업 투명성과 주주가치 상승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대선을 전후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이미 현대차, 현대중공업, 롯데 등 3개 그룹의 주가를 들썩거리게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현재 순환출자가 문제 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1순위로 지목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8%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는 기아차의 33.8%를,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16.9%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런 지배구조를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5.17%만 보유한 채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구조를 해소하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지만 5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증시는 해소 비용우려보다는 기업가치 증대에 더 관심을 나타낸다.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설이 불거지면서 현대차 주가는 지난 15일부터 나흘 만에 10.4%, 현대모비스는 10.5% 상승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말 대비 11.3% 올랐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롯데그룹도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한 뒤 한동안 주가가 출렁거렸다.
6개 사업 부문을 거느리던 현대중공업그룹은 4개 상장사와 2개 비상장사로 분할돼 지주사 체제로 바뀐다.
4개 상장사는 지난 10일 재상장됐는데 지주사가 될 현대로보틱스는 상장 자회사 지분, 부채비율 등 지주사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분사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재상장 후 시총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말 롯데그룹은 오는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쇼핑 등 4개사를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모두 합병해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를 설립하는 식이다.
롯데그룹 역시 강화되는 지주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율 요건을 맞추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수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러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해오던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하고 대신 50조원에 육박하는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역시 순환출자 해소에 큰 비용이 드는 데다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이 도입되면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 약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지만 그룹의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밖에 동부와 금호아시아나, 현대백화점, 효성 등도 머지않아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준비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향후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강도가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작업을 중단하고 관망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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