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10여일이 지났다. 연일 새로운 인사를 단행하며 국정쇄신에 열을 올린다. 다양한 숙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물가안정은 어딘가 뒷전인 느낌이 든다. 과연 정부가 어느 시점부터 어떠한 정책으로 물가잡기에 나설 것인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최근 식‧음료 업체의 가격 인상을 살펴본다면 이는 꼼수에 가깝다. 평상시 물가안정에 동참하고 잘 버티다가 구태여 탄핵정국 이후부터 대선 직전까지 줄줄이 물가가 올랐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타이밍이다.
국민간식으로 인식되는 치킨부터 라면과 음료수까지 대표 서민음식의 가격만 오르니 여론에서도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가격 상승률을 살펴봐도 평균적으로 5%가 넘는다. 많게는 10% 이상 오른 품목도 있다. 지난 정부의 대기업 신입 연봉상승률을 살펴보면 3~4%대에 머물러 있다. 결국 물가상승률이 연봉상승률보다 높은 셈이다.
여론에서 가격인상에 거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식‧음료 업체의 궁색한 변명이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원자재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은 가격인상을 단행하면서 단골로 따라붙는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곧이곧대로 믿진 않는다.
기자의 시선으로 봐도 가격 인상이 기습적이란 생각이 든다. 신제품 출시나 기업의 사회공헌 자료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가장 민감한 가격 인상에는 오히려 설명 자료가 적다. 일부 업체는 아예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국 소비자의 제보나 프로모션이 입소문을 타고 엉뚱하게 가격인상이 들통나기도 한다.
다른 산업군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을 가진 식품업계인 만큼 피치 못할 일부 가격 인상에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인상에 꼼수를 부린다면 더욱 큰 부작용도 각오해야 될 시기에 접어들었다.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스마트해졌다.
관행처럼 반복되는 정권교체기 물가인상에 관해 새 정부의 대응에도 관심이 크다. 정부가 가공품의 물가를 강제적으로 제한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선은 원재료의 수급조절에 개입해 물가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품목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향후에는 업계와 소통을 통해 가격을 조절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새 정부의 슬로건에 맞게 꼼수 인상에 관해서는 확실한 제재 장치도 고민해봐야 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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