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한국 보건의료의 접근성과 품질이 세계 195개국 가운데 23위인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 계측 및 평가 연구소'(IHME) 크리스토퍼 머레이 소장이 이끌고 각국 학자들이 참가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세계 195개국의 '1차 보건의료 접근성 및 품질'(HAQ)을 평가하고 지수로 만들었다.
이는 시민들이 질병 예방과 건강유지를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하는 의료와 공중보건, 즉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가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효과적인지를 뜻한다.
국제의학 학술지 '랜싯' 최신호에 발표된 이 평가 결과에서 연구팀은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받으면 피할 수 있는 32개 질병의 사망률을 종합하는 등 방식으로 총점을 냈다.
한국은 2015년 기준으로 종합 점수 100점 만점에 86점으로 독일,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이스라엘과 점수가 같았으나 순위는 뉴질랜드 다음인 23위에 올랐다.
분야별로는 디프테리아(100점), 백일해(99점), 파상풍(99점), 상기도감염(98점), 홍역(98점), 고환암(98점) 등에선 만점 또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반면 백혈병(55점), 만성신장질환(62점), 간질(63점), 결핵(67) 예방과 사망률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됐다.
북한의 경우 62점으로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과 공동 101위 것으로 집계됐다. 디프테리아(99점), 백일해·파상풍·홍역·맹장염(92점), 만성호흡기질환(88점) 예방·치료는 잘하지만 백혈병(19점), 뇌혈관질환(28점), 만성신장질환(41), 심장질환(43점), 신생아 장애(45점), 자궁암(49점) 등에서 매우 취약했다.
전체 1위는 안도라공화국(95점)이었으며 아이슬란드(94점), 스위스(92점, 스웨덴(90점), 노르웨이(90점), 호주(90점), 핀란드(90점), 스페인(90점), 네덜란드(90점), 룩셈부르크(89점) 등의 순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다.
상위 20개국 중 호주와 일본(11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유럽 국가가 차지했다.
부유하고 산업이 발전한 나라라고 해서 1차 보건의료 수준도 우수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국민소득(GDP), 교육수준, 출산율 등을 고려한 '사회인구학적 지수'(SDI)에 비해 보편적 의료수준인 HAQ 지수가 뒤떨어지는 나라 가운데 최악은 미국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액을 비롯해 몇몇 지표상으론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국민에게 꼭 필요한 1차 진료와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종합점수 81점을 받으면서 35위로 처졌다. 세르비아(75점)나 루마니아(74점)와 점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우등생'들만 있는 서유럽에선 영국이 85점(30위)을 받아 이런 격차가 가장 컸다.
세계 최악은 중앙아프리카(29점), 아프가니스탄(32점), 소말리아(34점) 등이었다. 아프간, 아이티, 예멘을 제외하면 하위 30개국은 모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국가다.
한편, 연구팀은 1990년과 2015년 HAQ를 비교한 결과 25년 동안 보건의료의 접근성과 품질이 가장 많이 향상된 나라로 한국, 터키, 페루, 중국, 몰디브 등을 꼽았다.
또 "지난 25년 사이에 전반적으로 향상됐으나 최고 및 최악 국가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고 머레이 박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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