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사이의 내통을 둘러싼 스캔들이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을 비롯한 현지언론들은 2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가 미국 최고위 정보기관 관리들에게 러시아 스캔들 무마를 위해 전방위적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대통령, 정보기관들 다수에 러시아 스캔들 '무마' 요청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과 국가안보국(NSA) 마이클 로저스 국장에게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대선개입 조사와 관련해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기관에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 연계가 없다는 것을 성명 등을 통해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요청은 지난 3월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이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과 트럼프 캠프-러시아 간 부적절 접촉 의혹을 공식적으로 수사했다고 증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츠 국장과 로저스 국장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백악관의 고위 직원이 정보기관의 고위 관료들에게 백악관이 직접적으로 FBI의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한 관료에 증언에 따르면 백악관 관료는 "우리가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은 던졌다.
미국 코넬 로스쿨의 옌스 데이비드 올린 교수는 트럼프 행동들을 전반적으로 볼 때 사법방해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정보기관들을 진행 중인 수사를 막기 위해 도구로 쓰려고 한 것은 매우 큰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범죄로 간주될 수 있으며, FBI와 의회 수사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린 교수는 또 "상황이 점차 안 좋아지고 있으며, 트럼프가 법률자문을 구한다는 것이 그나마 (트럼프 측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의 이 같은 요청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며, FBI의 신뢰도를 해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미 전국장을 해임한 뒤에 2주 동안 러시아와 내통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이와 관련된 수사 압력 내용이 담긴 코미 전국장의 메모가 나오는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스캔들은 점차 커진다.
지난 17일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의 사법 방해를 조사하기 위해서 전FBI 국장인 로버트 뮬러를 특검에 임명하기도 했다.
◆ "플린 전 보좌관 거짓 보고 문서 있어"
민주당 측은 22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거짓 보고를 했다는 문서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플린은 지난해 2월 정부 기밀보고 취급허가 권한을 갱신하기 위해 국방부와 인터뷰하는 중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실질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하원 감독위의 조사결과 플린은 러시아와 관련된 회사들로부터 최소 6만5000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전직 군장교인 플린은 기밀보고를 취급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국외에서 수입을 거둘 경우 국방부에 보고, 사전 승인을 받도록 미국 연방법은 규정하고 있다.
한편 플린 전 보좌관은 이날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소환 요구 및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플린 측은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묵비권 조항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5조를 들어 정보위가 보낸 소환장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처럼 플린 소환 및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향후 러시아 스캔들 관련조사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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